일본 도쿄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가 매일 100명 이상씩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그런데도 일본 정부는 경제적 충격을 의식해 과감한 방역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日 코로나 환자 폭발적 증가…하루 1300명 최다 확진
도쿄도는 31일 하루 동안 463명의 감염자가 확인됐다고 밝혔다. 도쿄에서는 7월 한 달 동안 이틀을 제외하고 매일 100명 이상의 확진자가 나왔다. 특히 29일 250명, 30일 367명 등 최근 3일 동안은 하루에 200명 이상씩 감염자가 늘었다. 일본 전역의 하루 확진자 수도 전날 처음으로 1300명을 넘어섰다. 이날 현재 누적 확진자 수는 3만4809명으로 지금 추세대로라면 다음주 4만 명을 넘어설 전망이다.

코로나19의 2차 유행이 현실로 다가왔는데도 아베 신조 총리는 지난 4~5월 전국에 내렸던 긴급사태를 선언할 단계가 아니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방역에 집중하다 경기가 더 고꾸라지면 취임 후 최저 수준(30%대)인 지지율조차 유지하기 힘들다는 판단 때문이다.

코로나19 여파로 일본 경제도 2차 세계대전 이후 최악의 추락을 경험하고 있다. 일본경제연구센터가 지난 9일 민간 이코노미스트 35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2분기 국내총생산(GDP)은 전 분기보다 23% 감소했을 것으로 추정됐다. 골드만삭스는 일본의 2분기 GDP 증가율을 -25%로 내다보고 있다. 일본의 2분기 성장률은 오는 17일 발표된다.

경제에 미치는 타격을 고려해 아베 내각은 코로나19 확산 방지와 경제활동 재개를 병행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전날 일본의 성장전략을 논의하기 위해 총리관저에서 열린 미래투자회의에서 아베 총리는 “감염 확대를 가능한 한 억제하면서 경제사회 활동을 착실히 양립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정부가 방역보다 경제에 중점을 두겠다는 입장을 밝히자 도쿄도의사협회가 정부를 정면으로 비판했다. 오자키 하루오 도쿄도의사회 회장은 전날 기자회견을 열어 “더 이상 지방자치단체에 맡기지 말고 국가가 나서 구속력 있는 휴업 요청을 하고 코로나19 검사를 대폭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날 개인 SNS를 통해 “국가의 무대책 때문에 감염자가 느는 것을 더 이상 참을 수 없다”고 각을 세웠던 오자키 회장은 “지금이 감염 확대를 막을 마지막 기회”라고 말했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