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중 납수치 높으면 지능저하·행동장애 등 초래"
핵심 요인으로 '열악한 납전지 재활용 환경' 지목
유니세프 "전세계 아동·청소년 3명 중 1명이 납중독"
전 세계 어린이와 청소년 3명 중 1명이 납에 중독돼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고 EFE통신이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유니세프(유엔아동기금·UNICEF)와 미국 환경단체 '퓨어어스'는 이날 공개한 공동 보고서를 통해 전 세계 19세 이하 아동·청소년의 3분의 1가량인 약 8억명의 혈중 납 수치가 5㎍/dl(데시리터당 마이크로그램) 이상에 달한다고 밝혔다.

이 수치는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의료 개입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기준치이다.

WHO도 혈중 납 수치가 5㎍/dl 이상이면 지능 저하, 행동 장애, 학습 장애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연구진은 미 워싱턴대 의대 산하 보건계랑분석연구소(IHME)가 '국제질병 부담연구'(GBD) 자료를 분석한 결과를 인용하며 이같이 전했다.

고소득 국가들은 대다수가 납 성분이 첨가된 가솔린과 페인트를 퇴출하면서 아동·청소년의 혈중 납 수치가 많이 감소했지만, 저소득 및 중소득 국가에선 이 수치가 높게 유지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납 중독 아동·청소년의 절반가량은 남아시아 지역에 거주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진은 저소득 및 중소득 국가 어린이의 납중독을 초래하는 주요 요인으로 차량 배터리 등 납축전지의 열악한 재활용 환경을 지목했다.

이들 국가에선 지난 20년간 차량 수가 약 3배 증가했는데, 차량 전지 재활용 관련 규제와 인프라가 부족해 결국 납축전지의 절반가량이 지하경제에서 안전하지 않은 방식으로 재활용되고 있다고 연구진은 분석했다.

이들은 "전지 재활용 작업자들은 전지 케이스를 열어 납성분을 흙에 쏟아낸 후 이를 야외 용광로에서 제련한다"며 "용광로에서 뿜어나오는 독성 가스는 인근 지역을 오염시킨다"고 설명했다.

이 외에도 납 성분이 첨가된 배수관, 화장품 및 향신료에 들어간 납 성분 등이 아동·청소년 납중독을 일으키는 요인으로 지목됐다.

유니세프와 퓨어어스는 공동 성명을 통해 "납 중독은 초기 증상이 적어서 아이들의 건강을 조용히 파괴한다"며 "어린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를 신속히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작업자들을 납 성분에 노출하지 않고도 납을 재활용하는 방법들이 있다"며 이를 실현하고 관련 교육을 확대할 것을 촉구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