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 그만두고 데이터 분석 회사 창업
포천 '100대 글로벌 기업' 91%가 고객사
일러스트=허라미 기자  ram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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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는 ‘21세기의 석유’라고 불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기업의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면서 데이터의 중요성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SAS는 짐 굿나잇 공동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가 1976년 설립한 데이터 분석 전문 기업이다. 은행, 통신, 바이오·의약 등 다양한 산업에서 데이터를 분석해 보다 나은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지원한다. 경제 전문지 포천이 선정하는 100대 기업의 91%가 SAS의 고객사다. 지난해 매출은 31억달러(약 3조7000억원)에 달했다.
임직원 몰입도와 창의력 향상에 집중
굿나잇 CEO는 SAS가 40여 년간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비결로 기술력, 전문성과 함께 기업 문화를 꼽는다. 그는 리처드 플로리다 박사와 공저한 《창의력 경영(Managing for Creativity)》에서 기업은 창조 자본을 가장 효율적으로 사용할 때 발전한다고 강조했다.

굿나잇 CEO는 “‘신뢰’를 기반으로 한 기업 문화는 임직원들이 끊임없이 창조하고 혁신할 수 있는 토대가 된다”며 “직원들이 매일 아침 출근하고 싶은 일터를 만들고 유지하는 것이 내가 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SAS는 임직원의 업무 몰입도와 창의력에 기업의 성패가 좌우된다는 믿음 아래 다양한 복지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진로 설계, 장학금 지원, 기술 재훈련 등에서부터 신체·정신 건강 관리까지 지원하고 있다.

SAS는 지난해까지 23년 연속 포천이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일하기 좋은 100대 기업’에 들었다. 또 가장 일하기 좋은 기업 연구소(GPW)가 발표하는 ‘세계에서 가장 일하기 좋은 다국적 기업’에서도 지난해 9위를 차지하는 등 10년째 ‘톱10’에 들었다.

SAS의 임직원들은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캐리에 있는 SAS 본사를 ‘SAS캠퍼스’라고 부른다. 대학 캠퍼스처럼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마인드를 유지하자는 의미다. 본사에서 근무하는 모든 직원은 개인 사무실을 쓴다. 캠퍼스 내에는 4000여 개의 예술 작품을 설치했다.

운전기사, 정원사, 미용사, 예술 작품을 설치하는 미술가까지 캠퍼스에서 일하는 모든 사람은 미용실과 병원, 식당, 피트니스센터 등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4개의 대규모 육아 시설도 배치했다.

2018년 기준 미국 정보기술(IT)업계 이직률이 13.5%에 이르는 데 반해 SAS의 이직률은 5.9%에 불과하다고 회사 측은 말했다. 평균 근속 연수도 업계 평균(4.2년)의 3배인 12.6년에 달한다.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 교수 지내
이런 SAS의 기업 문화는 굿나잇 CEO의 교육 경험에서 비롯됐다. 굿나잇 CEO는 1961년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NCSU) 수학과에 입학했고 통계학 석·박사 학위를 취득한 다음 1972~1976년 교수로 일했다. NCSU는 농업공학 발전을 위해 정부가 무상으로 제공한 토지를 발판으로 설립된 대학이어서 농작물 관련 실험을 설계하고 데이터를 분석하는 프로젝트가 많았다.

굿나잇 CEO가 박사 과정 당시 4명의 친구와 함께 데이터 분석 소프트웨어를 개발한 것이 SAS의 시초가 됐다. 당시 미국 국립보건원(NIH)의 재정 지원을 받다가 닉슨 행정부가 1972년 대학 재정 지원을 중단하자 굿나잇 CEO는 회사를 차리기로 했다.

굿나잇 CEO는 “SAS를 설립하기 전에도 이미 100여 개의 기업과 대학이 이 소프트웨어를 이용하고 있었고, 1976년 초 플로리다에서 가진 사용자 모임에 350여 명이 참석한 것을 보고 자신감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데이터를 옳은 일을 위해 활용
SAS는 현재 58개국 400여 지사에서 1만4000여 명이 근무하는 대기업으로 성장했다. 1943년 노스캐롤라이나에서 태어난 굿나잇 CEO는 77세의 나이에도 비즈니스를 진두지휘하고 있다.

SAS는 이제 인공지능(AI) 부문에 집중하고 있다. 2019년부터 3년간 AI 분야에 총 10억달러(약 1조2000억원)를 투자한다는 계획도 내놨다. AI의 데이터 분석 능력을 향상시키는 한편 AI 전문가 육성 프로그램도 병행해 보다 많은 사람이 AI를 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지난 6월 ‘SAS 글로벌 포럼 2020’에선 클라우드 기반의 AI 플랫폼인 ‘SAS 바이야 4’를 선보였다. AI나 데이터 분석을 잘 모르는 사람도 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굿나잇 CEO는 AI와 데이터 분석이 세상에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 것으로 믿고 있다. 그는 ‘옳은 일을 위해 데이터를 활용한다(data for good)’는 비전을 갖고 여러 비영리기구와 의료 과실 및 약물 중독 방지, 아동 학대 예방, 멸종 위기 동물 보호 등의 사회 문제 해결을 위해 협업하고 있다.

SAS는 또 코로나19 대응 활동도 활발하게 하고 있다. 독일 보건당국과 집중치료응급의학협회(DIVI)는 SAS와 협력해 인공호흡기를 갖춘 집중치료실의 이용 현황을 파악하고, 자원과 인력의 수요를 예측하는 분석 플랫폼을 구축했다.

SAS는 ‘코로나19 리소스 허브’를 개설하고 비즈니스 전략 수립에 필요한 데이터와 분석, 온라인 교육 등을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매일 전 세계 코로나19 발병 현황, 위치, 확산 추세 등을 분석해 지역·단계별 결과와 각종 그래프를 제공하는 ‘SAS 코로나19 리포트’도 운영 중이다.

굿나잇 CEO는 지난 5월 한 인터뷰에서 “SAS가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으로 인해 임직원을 해고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며 SAS의 경영 방침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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