넝마주이가 '재활용의 근간'…음식물 쓰레기 처리 등 '문화' 정착 안 돼
[샵샵 아프리카] 엄격하지 않은 남아공 쓰레기 분리수거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쓰레기 분리수거는 한국만큼 엄격하지 않다.

주거문화가 한국은 아파트 위주라 주변 동별로 함께 모아서 처리하는 식인 데 비해 남아공은 대체로 개인주택 위주라 개별적으로 알아서 하는 식이다.

남아공 수도 프리토리아의 경우 대개 지역별로 일주일에 한 번씩 요일을 정해 각 주택에서 쓰레기를 바퀴달린 240ℓ 대용량의 큰 통에 담아 내놓는다.

그러면 시의 쓰레기 수거 차량이 아침에 와 보통 80ℓ들이 검은 비닐봉지들에 담긴 내용물은 담아가고 빈 쓰레기통을 그대로 놔두면, 다시 주민들이 차고 안 등에 이를 보관한다.

플라스틱과 종이 등 재활용품의 경우 쓰레기통 옆에 따로 정리해 놔두면 넝마주이가 와서 수거해간다.

이렇게 따로 해놓지 않으면 넝마주이가 일일이 쓰레기통을 뒤져야 한다.

주남아공 한국대사관 관계자는 "처음에 쓰레기통을 뒤져서 봉투를 찢길래 먹을 게 없어서 그런가 보다 했다"면서 "나중에 알고 보니 재활용품을 찾기 위한 것이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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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이후에는 재활용품을 따로 분리해서 쓰레기통 옆에 놔두면 우리나라에서 쌀 담는 것 같은, 큰 마대 자루를 가진 넝마주이가 와서 담아 가져간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28일에도 프리토리아 시내에서 가득 찬 마대 자루를 바퀴 위에 끌면서 도로로 걸어가는 넝마주이를 볼 수 있었다.

다른 대사관 관계자는 "출근길에 생계형 넝마주이가 쓰레기 더미를 뒤지는 장면이 처음에 낯설었지만, 이제는 익숙해졌다"고 말했다.

이어 "요즘에는 쓰레기만 수거하는 게 아니라 집 초인종을 눌러서 먹을 걸 달라는 경우가 종종 있다"라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남아공 사정이 많이 어렵긴 어려운 모양"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넝마주이들은 넉 달 넘게 이어지는 봉쇄령 기간 일감이 많이 떨어져 자선단체에서 나눠주는 식료품 꾸러미를 받는 긴 대기 줄에 서기도 했다.

남아공 국민들의 쓰레기 재활용 의식도 그리 높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대체로 재활용품을 따로 정리해 내놓은 집을 찾기 어렵고 뭉뚱그려서 다른 음식물 쓰레기 등과 함께 내놓는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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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사관 관계자는 "우리 집이 있는 소단지에는 6가구가 모여 있는데 한 집만 분리수거를 한다"면서 "국토가 넓어서 그런지 쓰레기를 매립하는 것 같은데 이렇게 분리수거를 안 하는 것은 좀 우려된다"고 말했다.

남아공의 국토 면적은 대한민국의 12배이고 한반도의 5.5배이다.

실제로 쓰레기 처리는 넝마주이가 재활용하지 않는 한 분쇄해 매립지에 묻거나 소각한다고 한다.

이른바 '깡통집'으로 불리는 무허가촌 흑인밀집지역의 경우 분리수거는 더 힘든 상황이다.

유리병도 한국에선 가급적 깨뜨리지 않고 수거하는 것으로 아는데 여기서는 큰 수거통에 그냥 던져 넣어서 깨뜨리는 장면도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재활용 의식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프리토리아 시내 멘린 상가몰에 있는 한 캡슐 커피 전문점에서 처음에 사람들이 봉지를 놓고 가길래 뭔가 했더니 자신들이 쓴 캡슐 용기를 하나하나 다시 모아 갖다주는 것이었다.

다른 상가에도 '그린'(Green)이라고 재활용 쓰레기통을 따로 비치한 것을 목격했다.

당연히 남아공에서 파는 상품이나 포장에도 재활용 표시가 붙어 있고, 일선학교에서도 헌옷 등을 모아 자선단체 등에 기부한다.

남아공서 20년 이상 생활한 한 교민은 "쓰레기 분리수거가 체계적이지 않은 것은 한국처럼 아직 일상의 문화로 정착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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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