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키스 구단도 백악관 참모도 허찔렸다"…결국 취소 해프닝
긴장관계 계속…트럼프 '파우치 국민 오도' 리트윗에 파우치 "오도한적 없다"
'파우치한테 안밀려'…"트럼프 초대없이 시구 발표했다가 취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앤서니 파우치 미국 국립보건원 산하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의 시구 소식에 안달이 난 나머지, 구단측과 충분한 조율 없이 자신의 시구계획을 '깜짝발표'했다가 구단측과 참모들 모두를 놀라게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타임스(NYT), 워싱턴포스트(WP) 등 미 언론은 27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개막일인 지난 23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브리핑 도중 "뉴욕 양키스 구단으로부터 8월 15일 열리는 보스턴 레드삭스와의 경기에서 시구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며 시구계획을 밝힌 뒤 사흘 만에 이를 철회하게 된 뒷얘기를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6일 트윗을 통해 "백신과 우리의 경제를 비롯한 여러가지 회의 일정 등을 포함해 중국 바이러스에 강력 집중해야 하는 만큼, 8월 15일 양키스전 시구를 위해 뉴욕에 있지 못할 것"이라며 "(시구를) 이번 시즌 중 나중에 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23일 시구 발표는 백악관 참모와 양키스 구단 양측의 허를 찔렀다고 미 언론들은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일정에 대해 잘 알고 있는 한 인사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실제 8월15일을 특정해 양키스 구단주로부터 초청을 받지는 않은 상태였다는 것이다.

WP는 "트럼프 대통령은 양키스 구단 측으로부터 시구 초대를 받은 것은 사실이지만 구체적인 일정이 잡히지는 않은 상태였다"고 전했다.

한 행정부 고위 당국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발표하기 전까지는 뉴욕 출장 일정이 잡히지 않았었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일부 참모들은 갑작스러운 발표에 무방비 상태였다고 WP에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시구 계획 발표는 파우치 소장이 워싱턴 내셔널스와 뉴욕 양키스의 개막전에서 시구자로 나서기 불과 몇 시간 전 이뤄진 것이다.

미국 대통령들은 전통적으로 시즌 개막일에 시구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이후 한 번도 개막전 시구를 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파우치 소장이 세간의 주목을 받으며 그와 같은 영예를 누리는 데 대해 몹시 짜증이 난 나머지, 파우치 소장에게 뒤지지 않기 위해 참모들에게 양키스 구단측을 접촉해 구단주의 시구 제안을 받아들이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그러고 나서 날짜도 잡히지 않은 상태에서 브리핑 도중 8월 15일 시구를 하겠다며 '뒤통수'를 쳤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가 있고 나서 백악관 참모들은 수습을 위해 허둥댔으나 결국 주말 사이 일정은 취소되면서 해프닝으로 끝났다.

이번 해프닝은 '불화설'이 이어져 온 파우치 소장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불편한 심기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파우치한테 안밀려'…"트럼프 초대없이 시구 발표했다가 취소"
트럼프 대통령이 파우치 소장이 많은 현안에 대해 미국 대중을 오도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내용의 트윗을 리트윗하고 파우치 소장이 받아치는 등 두 사람의 긴장은 이어지고 있다.

파우치 소장은 28일 ABC방송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리트윗에 대한 질문을 받고 "나는 어떠한 상황에서도 미국 대중을 오도한 일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나는 트윗을 하지 않는다.

읽어보지도 않았다"며 "우리는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위기상황에 있다.

나는 어떤 결과가 나오든 그저 나의 일을 계속해 나갈 뿐이다.

왜냐하면 그것은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