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종사 시절 하루 최소 16만원 벌다 지금은 최대 2만원"

말레이시아의 여객기 조종사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실직 후 오토바이 음식 배달원으로 변신한 모습을 공개해 주목받았다.

말레이 조종사, 코로나로 실직 후 오토바이 음식 배달원 변신
27일 마이메트로 등에 따르면 말레이시아의 조종사 카이룰 안와르 아지드(40)는 코로나 사태로 지난 4월 실직 후 여러 곳에 이력서를 냈지만, 재취업이 안되자 음식 배달업체 '푸드판다'에 취업했다.

페이스북에 자신의 사진과 사연을 공개한 카이룰은 "항공 분야에 10년 이상 종사했지만, 코로나 사태 후에 할 줄 아는 일이 비행기 조종과 교육밖에 없어 재취업이 불가능했다"며 "주식, 외환 등 투자에 손을 대는 것은 위험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어 "아내와 여덟살 난 딸을 부양해야 하기에 배달원으로 나섰다"며 "항공기를 조종하는 것보다 음식 배달원 일이 더 도전적이고 위험성도 높다"고 덧붙였다.

카이룰은 "항공기는 비행 중 특별한 비상 시스템이 있지만, 오토바이는 도로 주행 중 어떤 위험이 닥칠지 모른다"고 부연 설명했다.

말레이 조종사, 코로나로 실직 후 오토바이 음식 배달원 변신
그는 "조종사로 일할 때는 하루 최소 600링깃(16만원)을 벌었지만, 지금은 불볕더위나 폭우 속에서 일해도 하루 50∼70링깃(1만4천원∼2만원)밖에 벌 수 없다"며 "음식 배달원 일로는 여전히 가족을 부양하기 부족하지만 그래도 다행이라 생각한다"고 긍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카이룰과 아내는 양념한 염소고기를 팔아 추가 수입을 얻고 있다.

그는 "항공 분야가 코로나 영향에서 회복해 다시 예전처럼 비행할 수 있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말레이시아 매체들은 누구도 코로나 사태가 이렇게 장기화할 줄 몰랐고, 눈 깜짝할 사이에 여러 사람의 인생을 바꿔놨다며 카이룰의 사연을 보도했다.

말레이시아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조종사, 승무원 등 항공업계 관계자들이 코로나 사태로 실직 또는 무급 휴직 상태다.

이웃 나라 태국에서는 36세 여성 승무원이 실직 후 집 앞에 작은 미용실을 차려 헤어 드레서로 변신한 사연이 소개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