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7월24일로 연기한 '2020 도쿄올림픽'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추가 비용으로 인해 경제적인 측면에서는 역대 최악의 올림픽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도쿄빅사이트 미사용 손실만 4조엔

5000억~6000억엔(약 6조7885억원)에 달하는 추가 비용을 국제올림위원회(IOC)와 도쿄도, 일본 정부가 어떻게 분담하느냐를 놓고 벌써부터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미디어본부로 사용하기로 한 일본 최대 전시회장 도쿄빅사이트(도쿄 고토구)가 연기 기간 중 다른 기업과 단체에 회장을 빌려주지 못한데 따른 손실 4조엔(약 45조원)을 어떻게 보상하느냐도 골치거리다.

도쿄올림픽조직위원회는 지난 17일 IOC 총회에서 "올림픽을 1년 연기한데 따른 추가비용의 전체적인 규모를 올 가을 이후 제출하겠다"고 보고했다. 무토 도시로 일본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 사무총장은 "누가 어떤 형태로 부담할 지 논의가 이후에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도쿄올림픽 개최비용은 총 1조3500억엔. 이 가운데 조직위가 6030억엔, 도쿄도가 5970억엔을 분담하고 나머지 1500억엔을 일본 정부가 보조한다. 조직위의 운영수입이 적자가 나면 원칙적으로는 도쿄도가 보전하고, 부족분을 일본 정부가 지원한다.

이에 대해 도쿄도 관계자는 산케이신문에 "도쿄도의 보전 원칙은 올림픽이 예정대로 개최됐을 때 얘기"라며 "연기에 따른 추가 분담은 계약을 새로 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예상되는 추가비용은 5000억~6000억엔. 조직위의 적자가 불을 보듯 뻔한데 도쿄도가 이를 고스란히 떠안을 수 없다는 의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지원 대책으로 도 재정을 대부분 털어 쓴 도쿄도로서는 지원여력이 없기도 하다.

예상치 못한 추가경비가 속출하는 점도 선뜻 비용분담에 나서지 못하는 이유다. 일본전시회협회가 4조엔으로 추산한 도쿄빅사이트 손실을 어떻게 보상할 지가 대표적이다. 안전요원을 추가로 고용하는 비용도 급증할 전망이다. 코로나19 대책으로 경기장 입장을 대기하는 관중들의 간격을 2m 이상 확보하면 근처 지하철역에서 경기장까지 대기열이 예상보다 훨씬 길어지고 질서유지를 위한 안전요원을 추가로 배치해야 하기 때문이다.

'관중수를 대폭 줄여서 치르자'는 토머스 바흐 IOC 위원장의 시나리오대로라면 일본은 900억엔의 입장권 판매 손실을 감수해야 한다.

광고효과 주는데 스폰서기업 부담은 증가

이 마저도 어디까지나 도쿄올림픽이 내년 7월24일 정상적으로 개최될 때 가능한 얘기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도쿄 시민들의 60~70%는 올림픽을 또다시 연기하거나 아예 취소하기를 희망하고 있다.

코로나19 수습에 실패해 올림픽이 취소되면 도쿄도가 입는 직간접적인 손실은 계산할 수조차 없다는 게 산케이신문의 분석이다. 도쿄도는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1375억엔을 들여 6개 경기장을 지었다. 수영경기가 열리는 도쿄아쿠아틱스센터와 배구경기가 열리는 아리아케아레나, 보트 경기장인 우미노모리수상경기장 3곳에만 1245억엔을 투입했다. 이 가운데 아리아케아레나를 제외한 5개 경기장은 올림픽을 정상 개최하더라도 이후 적자운영이 예상된다.

올림픽을 앞두고 앞다퉈 신축한 호텔들이 입는 손실도 이만저만이 아닐 것으로 예상된다. 2012년 올림픽 개최 이후 관광객이 급증한 런던올림픽의 사례를 참고해 도쿄도는 도쿄올림픽 이후에도 외국인 관광객이 대폭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코로나19가 수습되지 않고 올림픽이 취소되면 도쿄올림픽을 통한 관광진흥을 기대하고 만든 계획은 물거품이 된다.

66개 올림픽 스폰서 기업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NEC, 미쓰비시전기 등 66개 일본 기업들의 스폰서계약은 올 연말 끝난다. 협찬사 지위를 유지하려면 재계약이 필요하다. 최고 등급인 골드파트너의 협찬금은 150억엔 수준. 여기에 협찬 기간이 1년 늘어남에 따라 수십억엔이 추가될 예정이다.

IOC와 도쿄도는 내년 올림픽을 간소화해서 치르기로 합의했다. 광고효과는 줄어드는데 비용은 늘어나는 셈이다. 한 스폰서 기업은 "비용대비 효과를 감안하면 현재의 협찬금은 타당하지 않다"고 말했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