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이면 미국 대선(11월 3일)이 100일 앞으로 다가온다. 이런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다음달 플로리다주 잭슨빌에서 열 예정이었던 공화당 전당대회를 전격 취소했다. 당초 트럼프 대통령은 8월 24~27일 플로리다 전당대회에서 공화당 대통령 후보 수락 연설을 할 계획이었다. 플로리다는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세가 두드러진 지역이다. 전당대회 취소는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가도가 난항에 빠졌다는 걸 보여준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러다 큰일’ 코로나 확산세에 백기

트럼프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코로나19 태스크포스 브리핑에서 “플로리다의 코로나19 확산세가 지속되고 있어 대규모 전당대회를 개최하기 적절하지 않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인들을 보호하기 위해 우리 팀에 행사 취소를 지시했다”며 “대신 대선 후보 수락 연설 등 공식적인 지명 절차는 노스캐롤라이나 샬럿에서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 언론들은 다음달 24일 공화당 대의원들이 샬럿에 모여 트럼프를 대선 후보로 지명하게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그동안 안팎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대통령은 대규모 전대 개최 주장을 굽히지 않았으나 계속되는 코로나19 재확산세에 백기를 든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까지 코로나19 심각성을 축소했으나 지난 21일 석 달 만에 코로나19 브리핑을 재개하고 “상황이 나빠질 것”이라며 마스크 착용을 권고하는 등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뉴욕타임스는 “전대 취소는 트럼프의 재선 가도가 난항에 빠졌다는 것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순간”이라고 평가했다. 자신의 특기인 대규모 집회에 대한 애착으로 노스캐롤라이나에서 플로리다로 전대 장소까지 바꾼 트럼프 대통령이 한발 물러선 것은 최근 지지율 하락세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대규모 행사를 고집할 경우 후폭풍이 클 것이란 위기가 작용했다는 해석이다.

플로리다 확진자 최다…트럼프 약세

플로리다주는 트럼프의 재선 성공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핵심 경합주로 꼽힌다. 민주당 대선 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은 플로리다주 여론조사에서 트럼프를 압도하고 있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퀴니피액대가 플로리다주 유권자 925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바이든이 13%포인트 격차로 트럼프를 앞섰다고 보도했다. 이코노미스트가 앤드루 겔먼 컬럼비아대 응용통계학센터 소장과 협업해 마련한 자체 모델은 바이든의 대선 승리 확률을 93%로 예상했으나 트럼프는 7%에 불과했다.

이번 전대 취소는 선거자금 모금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공화당은 전대에서 2억달러(약 2400억원) 기부 약정을 받아뒀는데, 대회 취소로 일부는 기부가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통계사이트 월도미터에 따르면 최근 미국의 코로나19 하루 신규 확진자는 6만~7만 명에 이르고 있다. 이날까지 누적 확진자는 416만9991명을 기록했다. 브렛 지로아 보건복지부 차관보는 이날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신규 확진 사례를 일일이 추적하는 건 불가능하다”며 “이는 하루 감염자가 20만 명씩 나온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확진자가 너무 많아 접촉자를 파악하고 진단 검사를 모두 하는 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실제 감염 사례는 확진자 수보다 훨씬 많을 것이라는 뜻이라고 폭스뉴스는 전했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