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항공사 근로자 중 약 40만 명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일자리를 잃었거나 실직 위기에 처한 것으로 나타났다.

블룸버그통신은 23일(현지시간) 자체 집계 결과 세계 항공사 직원 40만여 명이 이미 해고·일시 해고됐거나 실직 가능성을 통보받았다고 보도했다. 북미에서만 13만 명, 유럽에선 11만7000명가량이 해당한다. 아시아태평양에선 10만2000명, 중동·아프리카에선 5만2000명, 남미에선 3000명가량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영국 브리티시항공과 독일 루프트한자, 두바이 에미레이트항공, 호주 콴타스항공 등이 이미 수천 명 규모의 감원과 무급휴가 계획을 발표했다”며 “각국 간 입국 제한 조치에다 코로나19 감염 가능성을 우려한 사람들이 비행기를 타지 않으면서 세계 항공사들이 타격을 받았다”고 분석했다. 중동 최대 항공사인 에미레이트항공은 이달에만 직원 9000명을 감원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미국 항공사에선 연내 대규모 추가 감원 가능성도 예상된다. 그간 미국 정부가 항공사에 총 500억달러(약 60조900억원) 규모 지원금을 제공하는 대신 직원 고용 유지를 요구했지만, 정부 지원이 끝나는 10월부터는 고용 유지 조항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블룸버그통신은 “3대 항공사에서만 연내 실직자 규모가 10만 명을 넘길 수 있다”고 내다봤다. 델타, 유나이티드, 아메리칸 등 항공사 세 곳은 총 3만5000명에게 실직 가능성을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아메리칸항공은 “정부의 항공사 임금 지원이 끝나는 10월께 잉여 인력이 20~30% 발생할 것”이라며 “이 때문에 일시 해고할 수 있다”고 직원들에게 지난달 말 밝혔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잦아들지 않으면서 거대 항공사들이 운항 재개 계획을 중단하거나 연기한 것도 실업 위기를 가중시킬 전망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코로나19 재확산에 항공 수요가 다시 고꾸라지고 있다”며 “그나마 타격을 덜 받은 저가 항공사들도 예약 취소가 늘면서 항공편을 줄이려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국제항공운송협회는 항공 수요가 꺾이면서 항공기·엔진 제조기업, 공항, 여행사 등 관련 산업에서 사라질 일자리 수가 최대 2500만 개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