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전 IMF 부총재 경고…"코로나19 확산으로 금융 시스템 위험 커져"
"미국 재정적자 악화하면 달러화 신뢰 무너질 수 있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대응하고자 미국이 공격적인 경기부양과 통화 완화에 나서고 있지만, 이로 인한 재정적자 악화와 달러화 신뢰 추락 가능성에 주의해야 한다는 경고가 나왔다.

국제통화기금(IMF) 부총재를 지낸 주민(朱民) 중국 칭화대 국가금융연구원장은 24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기축통화로서 달러화의 지위는 갈수록 불어나는 미국 정부 부채로 인해 약화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주 전 부총재는 "미국은 코로나19 팬더믹에 대응하고자 대대적인 경기부양책을 펼치고 있고,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연준)는 공격적인 통화 완화 정책을 쓰고 있다"며 "하지만 이로 인해 미국 달러화에 대한 신뢰가 무너질 가능성 또한 갈수록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의회는 올해 초 2조 달러(약 2천400조원) 규모의 경기부양책을 통과시킨 데 이어 최소 1조 달러(약 1천200조원)에 달하는 추가 경기부양책을 추진하고 있다.

미 하원은 이미 3조 달러(약 3천600조원) 규모의 경기부양책을 통과시켰으며, 상원은 1조 달러 규모의 부양책을 통과시킬 전망이다.

최종적인 추가 경기부양책 규모는 합의를 통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주 전 부총재는 "연준의 공격적인 통화 완화 정책은 미국 경제의 추가 침체를 막는 데 성공했을지 몰라도 코로나19 확산이 예상보다 길게 계속되면서 기업 활동 재개가 어려움을 겪고 있어 기업의 도산 가능성 또한 커졌다"고 밝혔다.

그는 "더구나 저금리로 인해 기업 부채가 지나치게 팽창해 기업들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보다 훨씬 취약해진 상태"라며 "시장에 충격을 줄 대형 사건이 발생한다면 대기업 도산과 채무불이행(디폴트) 비율 상승 등으로 금융위기가 발생하고, 국가부채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네덜란드 라보은행의 마이클 에브리 글로벌 전략가는 "세계는 달러 중심의 금융 시스템을 유지하고 있지만, 미국이 자체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달러를 마구 찍어낸다면 이는 기축통화로서 달러화의 지위를 무너뜨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현재 세계 각국의 보유 외환에서 달러화는 62%의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유로화는 20%를 차지하고 있다.

이어 엔화와 파운드화, 위안화가 각각 6%, 4%, 2%를 차지하고 있다.

에브리는 "공공 부채를 해결하는 데 있어 통화정책을 동원하는 것이 임계점을 지날 경우 사람들이 달러화에 대한 신뢰를 잃을 수 있게 될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