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체제정당 오성운동서 제명된 상원의원이 주도…반EU 정서 반영
성공할지는 미지수…"영향력있는 정당으로 자리잡기 쉽지 않을 것"

'영국처럼 EU 떠나자'…이탈리아서 '이탈렉시트당' 창당
이탈리아의 유럽연합(EU) 탈퇴, 즉 '이탈렉시트'(Italexit)를 기치로 내건 정당이 닻을 올렸다.

현지 언론과 AFP 통신 등에 따르면 잔루이지 파라고네(48) 상원의원은 23일(현지시간) '이탈렉시트당' 창당을 선언했다.

TV 정치 토크쇼 진행자 출신인 파라고네는 이탈리아 연립정부의 한 축인 반체제정당 '오성운동' 소속이었으나 지난 1월 초 2020년도 예산법안 표결에서 당론에 따르지 않고 반대표를 던졌다는 이유로 당에서 제명됐다.

이탈리아를 포함한 EU 회원국 정부는 매년 예산법안을 수립한 뒤 EU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파라고네는 이러한 방식으로 EU가 이탈리아 경제를 통제에 온 데 대해 불만을 품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탈리아에서 이탈렉시트를 강령으로 공식화한 정당 탄생은 처음이다.

파라고네는 이탈리아 국민의 7%가 EU 탈퇴를 주창한 당에 표를 줄 것이라고 답한 최근 여론조사 결과를 언급하며 앞으로 EU를 떠나는데 찬성하는 사람이 더 늘어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틀 전 영국 런던으로 날아가 영국의 EU 탈퇴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 나이절 패라지 브렉시트당 대표를 면담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탈리아 내 반EU 정서를 등에 업은 파라고네의 정치 실험이 성공할지는 미지수다.

이탈리아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 국면에서 EU로부터 외면받았다는 실망과 배신감으로 EU에 대한 불신이 크게 높아진 때가 있었으나 최근엔 '미워도 떠나는 것은 답이 아니다'는 인식이 점차 자리를 잡는 상황이다.

특히 EU 정상들이 지난 21일 7천500억유로(약 1천30조원) 규모의 코로나19 회복 기금에 극적으로 합의하면서 EU를 바라보는 눈이 다소 부드러워지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전체 회복 기금 가운데 28%인 2천90억유로(약 285조원)가 이탈리아에 할당될 전망이다.

전체 회원국 가운데 수혜 규모가 가장 크다.

이런 배경에서 정치 분석가들은 이탈렉시트 정당이 여론의 흐름을 주도하는 주요 정당으로 자리 잡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

여론조사기관 전문가인 레나토 만하이머는 AFP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이탈리아인 대부분은 EU 탈퇴를 원치 않는다"며 "파라고네 신당이 이탈렉시트로 정치적 기반을 구축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지 않는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