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미국 내 중국 공관을 추가 폐쇄할 가능성을 경고했다. 미 국무부가 ‘지식재산권 절도’를 이유로 텍사스주 휴스턴 주재 중국 영사관을 폐쇄하기로 한 지 하루 만이다. 중국도 보복 조치로 후베이성 우한 주재 미 영사관 폐쇄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일각에선 홍콩 주재 미 영사관을 대상으로 보복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미국 대선(11월 3일)을 100여일 앞두고 트럼프의 ‘중국 때리기’가 거칠어지면서 미·중 관계가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대선 앞둔 트럼프 ‘중국 때리기’

트럼프 "中공관 또 폐쇄 가능"…中은 청두 美영사관 닫나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코로나19 브리핑 도중 ‘미국 내 중국 공관의 추가 폐쇄를 검토하느냐’는 질문에 “추가 공관 폐쇄는 언제든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들(휴스턴 주재 중국 영사관)이 문서나 종이를 태운 것 같다”며 “무슨 일인지 궁금하다”고 했다. 휴스턴 중국 영사관이 문서를 태운 점을 부각시켜 불법 행위 연루 가능성을 시사하며 영사관 추가 폐쇄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압박한 것이다.

중국은 휴스턴 외에 뉴욕, 로스앤젤레스, 샌프란시스코, 시카고 등 미국 5개 도시에 영사관을 두고 있다. 워싱턴DC에 있는 대사관 폐쇄는 단교나 마찬가지여서 어렵지만 미국이 중국 영사관을 추가로 닫을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이와 관련해 미 인터넷매체 악시오스는 샌프란시스코 주재 중국 영사관이 미 연방수사국(FBI)이 기소한 중국 연구원을 은닉하고 있다고 법원 자료를 인용해 보도했다. 중국 인민해방군과의 관계에 대해 거짓말을 한 중국인 연구원이 비자 사기 혐의로 지난달 20일 FBI 조사를 받은 직후 중국 영사관으로 들어가서 나오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뉴욕타임스는 “이번 (중국 영사관 폐쇄)조치는 코로나19 대처 실패를 걱정하는 트럼프 대선캠프 전략가들이 지지층에 호소하며 반중(反中) 메시지를 밀어붙이는 가운데 나왔다”고 전했다. 여론조사기관 퓨리서치에 따르면 중국의 부상을 위협으로 받아들이는 미국인이 91%에 달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 때리기’를 하면 코로나19와 관련한 ‘트럼프 책임론’을 희석시킬 수 있을 뿐 아니라 동시에 여론의 지지까지 노릴 수 있다. 미 정치권도 중국 견제에 대해 초당적으로 지지하고 있어 민주당 대선후보인 조 바이든이 트럼프를 비판하기 어렵다.

중국 “홍콩 주재 미 영사관 인력 줄여야”

중국은 보복 조치를 선언하는 등 반발하고 있다.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논평에서 “미국 대선을 앞두고 트럼프 정부가 미쳐 날뛰고 있다”고 비판했다. 로이터통신은 중국이 우한 주재 미국 영사관 폐쇄를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우한 미 영사관은 휴스턴 중국 영사관의 ‘자매 공관’이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중국이 서남부 청두(成都)의 미국 영사관을 폐쇄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은 우한 청두 광저우 상하이 선양 등 중국 본토에 영사관 다섯 곳을 두고 있다.

일각에선 중국이 홍콩 주재 미 영사관을 대상으로 보복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미국이 중국의 홍콩 국가보안법 강행을 이유로 홍콩의 특별지위를 박탈한 데 대한 보복도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렇게 되면 홍콩의 경제와 금융시장도 타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중국 정부가 실제 폐쇄 조치를 취할 확률은 낮다는 분석이 많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중국은 미국의 비합리적인 행위에 대해 필요한 조치를 할 것”이라며 “이를 통해 정당한 권익을 수호할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주용석/베이징=강동균 특파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