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이라크 정부 친미 행보에 '경고' 해석
이라크 "균형 잡힌 관계로 국익 추구"
이란 외무, 사우디 방문 앞둔 이라크 총리와 면담
이란 외무부는 19일(현지시간)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외무장관이 이라크 바그다드를 방문해 무스타파 알카드히미 총리와 만나 양국 우호와 협력을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이란 외무부의 성명은 통상적인 내용이었지만 알카드히미 총리가 다음주 이란의 경쟁국인 사우디아라비아 정상 방문을 앞뒀다는 점에서 이날 방문의 시점이 관심을 끌었다.

5월 초 출범한 알카드히미 내각이 이달 말 또는 다음달 초 미국과 '전략적 대화'를 앞두고 친미 성향의 행보를 보인 만큼 자리프 장관의 이번 방문이 이라크 정부에 대한 이란의 '경고 신호'라는 해석도 나온다.

이라크는 이번 미국과 전략적 대화에서 대규모 경제 지원을 요청할 것으로 알려졌다.

직전 이라크 국가정보원장이었던 알카드히미 총리는 미국 정부, 미군과 인맥이 두터운 인물로 알려졌다.

더구나 이라크군이 지난달 이란 혁명수비대가 직접 지원하는 이라크 시아파 민병대(PMU) 카타이브 헤즈볼라의 기지를 급습, 이 조직의 대원 10여명을 체포한 일이 벌어졌다.

이들 대원은 미국 대사관과 미군 기지를 겨냥한 로켓포 공격에 연루된 혐의를 받고 조사 뒤 풀려났으나 이란으로서는 새로 구성된 알카드히미 정부의 행보가 마뜩잖은 입장이다.

또 이라크 정부는 지난주 미국, 걸프 국가와 쿠웨이트에서 전력을 수입하는 계약을 이행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전력이 부족한 이라크는 미국의 대이란 제재의 예외를 인정받아 현재 이란에서 전력을 수입하는 만큼 이란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려는 움직임인 셈이다.

자리프 장관은 알카드히미 총리와 만난 뒤 트위터에 "건설적인 대화를 나눴고 양국 국민과 중동이 이익을 얻는 협력을 넓히는 방안이 논의됐다"라고 적었다.

이라크 총리실은 알카드히미 총리가 이 자리에서 "이라크는 중동의 평화와 진전을 위해 균형 잡히고 긍정적인 역할을 하겠다"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알카드히미 총리는 다음주 사우디 방문에 바로 이어 이란을 찾아 친미와 반미 진영 사이에서 실리주의를 내세운 '등거리 균형 외교'를 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려 한다.

자리프 장관은 이에 앞서 푸아드 후세인 이라크 외무장관과 회담한 뒤 열린 공동 기자회견에서 "이라크의 안정은 중동 전체의 평화와 안보라고 할 수 있다"라며 "이라크가 주권과 영토를 보존하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이란이 이라크에 대해 언급하는 '주권과 영토의 보존'은 미국이 독립 국가인 이라크에 개입하지 말아야 한다는 뜻을 담은 외교적인 수사다.

이에 후세인 장관은 "우리는 국익의 관점에서 모든 이웃 국가와 균형잡힌 관계를 원한다.

어느 나라도 이라크의 내정에 간섭해서는 안된다"라며 미국과 이란의 영향을 우려했다.

자리프 장관은 바그다드에 도착해 첫 일정으로 올해 1월 바그다드 공항에서 미군에 폭사한 이란 군부 실세 가셈 솔레이마니의 추모 조형물을 찾아 "미군의 행태는 범죄행위다"라고 비판했다.

또 이라크 시아파 민병대의 총사령관 팔리 알파이야드를 만나 이란의 지지를 과시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