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명높은 마약조직 CJNG, 대통령 지방순방 맞춰 영상 공개
군대 방불케 하는 멕시코 카르텔…중무장 영상으로 위력 과시
비포장도로에 장갑차와 트럭들이 끝도 없이 서 있고, 전투복과 방탄조끼를 입은 채 중무장한 이들이 차량 앞에서 무기를 흔들며 구호를 외친다.

영락없이 군인들처럼 보이지만 멕시코 마약 카르텔의 조직원들이다.

멕시코에서 17일(현지시간)부터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에서 돌기 시작한 2분 남짓의 영상은 멕시코 마약 조직인 '할리스코 신세대 카르텔'(CJNG)이 유포한 것으로 추정된다.

영상 속 전투복과 차량엔 CJNG라는 문구가 적혀 있고, 무장한 이들은 카메라를 향해 '멘초님의 부하들' '멘초님 만세' 등의 말을 앞다퉈 외치고 있다.

'(엘)멘초'는 CJNG의 두목 네메시오 오세게라의 별명이다.

CJNG는 현재 멕시코에서 가장 악명 높은 조직이다.

펜타닐, 메스암페타민 등 합성마약을 중심으로 시장을 상당 부분 장악하면서, 미국에서 수감 중인 '마약왕' 호아킨 구스만(일명 엘차포)이 이끌던 시날로아 카르텔의 아성을 넘고 있다.

무엇보다 군과 경찰 등 공권력을 겨냥한 잔혹한 공격을 일삼고 있다.

지난달 수도 멕시코시티에서 멕시코시티 경찰 수장에게 무차별 총격을 퍼부어 시민과 경찰 등 3명을 숨지게 한 것이나, 그 며칠 전 발생한 콜리마주 연방 판사 부부 피살도 CJNG의 소행으로 지목됐다.

CJNG 영향력이 큰 지역에선 군이나 경찰이 매복 습격을 받아 사망하는 일도 심심찮게 발생한다.

군대 방불케 하는 멕시코 카르텔…중무장 영상으로 위력 과시
최근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는 멕시코 살인 건수 중 상당수는 CJNG가 공권력이나 경쟁조직을 상대로 벌이는 공격이다.

두목 오세게라에 1천만 달러(약 125억원)의 현상금을 내건 미국 정부는 CJNG를 "전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다국적 범죄조직 5개 중 하나"로 지칭하기도 했다.

이번 CJNG의 영상은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이 날로 심각해지는 강력범죄에 대응하기 위해 범죄가 집중된 지역들을 순방하는 과정에서 공개됐다.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범죄율이 높은 과나후아토, 할리스코, 콜리마주를 방문해 범죄 척결 의지를 강조하고 있는데, 이들 지역 모두 CJNG의 영향력이 큰 곳이다.

대통령은 지난 16일 할리스코주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선 "계속 범죄와 맞서 싸우겠다.

겁먹지 않겠다"고 말했다.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이전 정권의 마약조직 소탕 작전이 오히려 벌집을 쑤신 것처럼 범죄를 증가시켰다면서, 상대적으로 온건한 대응을 고수해왔다.

미 마약단속국(DEA) 출신의 마이크 비질은 이 영상에 대해 "CJNG는 대통령이 아니라 자신들이 멕시코를 지배하고 있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라며 현 정부의 범죄 대책이 "카르텔들이 더욱 처벌받지 않고 활동하게 만들었다"고 로이터에 말했다.

영상이 공개된 뒤 알폰소 두라소 멕시코 치안장관은 트위터에 "영상의 진위와 촬영 시점을 확인하기 위해 분석 중"이라면서 "연방 정부의 무력에 도전할 만한 능력을 갖춘 범죄조직은 없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