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자흐 항공사 '좌석점유율 60%' 내세워 "응급환자도 못태워"
한인회 "폐렴·암 환자라도 태우게 도와달라" 청와대 청원

한국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해외유입 차단을 위해 방역 강화 대상국으로 지정한 중앙아시아 카자흐스탄 거주 교민들이 귀국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귀국을 희망하는 교민들 가운데는 국내서 서둘러 치료를 받아야 하는 응급 환자들도 있는 것으로 파악돼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카자흐스탄 한인회 누르술탄(옛 아스타나) 류제훈 지회장은 18일(현지시간)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국내로 들어가 치료를 받아야 하는 응급환자가 3명이나 있는데 현재 유일하게 한국으로 운항하는 카자흐 에어아스타나 항공사는 한국 당국이 요구한 '좌석 점유율 60% 이하' 조건을 내세워 승객을 더 태울 수 없다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한국 방역강화 대상 카자흐스탄 교민 귀국못해 '발동동'(종합)
그는 "응급환자들 가운데는 70% 정도의 폐 손상이 온 환자, 암 진단 후 추가 검사 및 치료가 필요한 환자, 당뇨 합병증 환자 등이 있는데, 이들은 카자흐 현지에선 의료 환경이 열악해 제대로 치료를 받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런데도 오는 20일 새벽 1시 10분 알마티-인천 노선 항공편을 운항할 예정인 에어아스타나 항공사 측은 이미 좌석 점유율 60%만큼 발권됐고 대기자도 100명 정도나 돼, 응급환자라도 우선하여 탑승시킬 수 없다는 입장이라는 것이다.

응급환자들의 급한 사정을 안타까워한 류 지회장은 청와대 국민청원 사이트에 '카자흐스탄 정기항공편에 한국 국적 응급환자를 우선 탑승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내용의 호소문까지 올렸다.

카자흐스탄 교민들에 따르면 지난 13일에도 10여명의 우리 교민이 예매했던 인천행 에어아스타나 항공편 탑승을 거부당했다.

역시 '좌석 점유율 60% 이하' 조건 때문이라는 것이 항공사 측의 설명이었다.

류 지회장은 수도 누르술탄과 제2 도시 알마티 등에서 50명 이상의 교민이 서둘러 한국에 들어가고 싶어하지만 아직 탑승권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달부터 한국-카자흐스탄 간 항공 운항이 재개되면서 카자흐발 유입 확진자가 크게 늘자 한국 방역당국은 이달 둘째 주부터 카자흐스탄을 방역강화 대상국으로 지정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운항하던 임시 항공편을 중단하고, 정기 항공편은 운항 횟수를 줄이는 한편, 좌석 점유율을 60% 이하로 유지하도록 제한하는 등의 입국관리 강화 조처를 했다.

이에 따라 알마티-인천 노선에 임시 항공편을 띄우던 아시아나 항공은 운항을 중단했고, 주 2회 정기 항공편을 띄우던 에어아스타나는 좌석 점유율을 지키는 조건으로 주 1회로 감편 운항하고 있다.

카자흐스탄 현지에선 코로나19 해외 유입을 차단하는 것 못지않게 재외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것도 중요한 만큼, 한국 정부가 긴급한 사유가 증명되는 교민은 좌석 점유율 60% 조건과 관계없이 탑승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동시에 교민들의 귀국 수요 조사를 해 임시 항공편을 띄우는 방안도 함께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국 방역강화 대상 카자흐스탄 교민 귀국못해 '발동동'(종합)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