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효과 입증 안된 이산화염소 복용…중독사고도 잇따라
코로나19 확산에 '가짜 약' 독성 표백제라도 찾는 볼리비아인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빠르게 확산하는 남미 볼리비아에서 사람들이 코로나19 예방과 치료를 위해 독성 표백제에 기대고 있다.

AP통신은 17일(현지시간) 볼리비아 내에서도 코로나19 피해가 큰 코차밤바의 약국 앞엔 매일 사람들이 이산화염소를 사기 위해 길게 줄을 선다고 전했다.

살균·표백제나 소독제로 쓰이는 이산화염소가 코로나19를 예방하거나 치료해준다는 믿음 때문이다.

이산화염소가 코로나19를 낫게 한다는 과학적 근거는 아직 전혀 없고 오히려 독성이 있어 인체에 위험할 수 있지만, 볼리비아 사람들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이산화염소를 찾고 있다.

인구 1천100만 명가량의 볼리비아엔 지금까지 5만4천156명의 코로나19 확진자와 1천984명의 사망자가 나왔다.

실제 피해는 이보다 훨씬 더 클 것으로 추정된다.

코차밤바 등 감염이 집중된 곳에선 의료와 장례 시스템도 마비됐다.

약국 앞에 줄을 선 교사인 안드레스 포마(34)는 AP에 "어쩌겠는가? 시도는 해봐야 한다"며 "이산화염소로 치료하고 회복된 사람들이 있다"고 말했다.

약사 페데리코 안사는 수천 명의 손님이 이산화염소를 사서 한 방울씩 복용하고 있다며 "나와 아내, 아이들 모두 복용하고 있지만 아무 이상이 없다"고 주장했다.

코로나19 확산에 '가짜 약' 독성 표백제라도 찾는 볼리비아인들
그러나 코차밤바 당국에 따르면 지난주에만 이산화염소 중독 사고가 10건 발생했다고 AP는 전했다.

수도 라파스에도 5명의 이산화염소 중독 환자들이 치료를 받고 있다.

볼리비아 보건부는 "과학적 근거가 없는 것을 권고할 수 없다"며 이산화염소 복용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있다.

문제는 볼리비아 정치권에서 이산화염소 사용을 옹호하는 목소리도 힘을 얻고 있다는 것이다.

야당이 다수인 볼리비아 상원은 최근 코로나19 예방과 치료를 위해 이산화염소를 제조, 판매, 사용하는 것을 승인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 법안은 현재 코로나19에 감염돼 격리 중인 자니네 아녜스 임시 대통령의 서명을 남겨두고 있다.

야당 지지층이 두꺼운 코차밤바의 주 정부도 이산화염소 사용을 지지하는 입장이다.

코차밤바 과학협회의 페르난도 렝헬 회장은 AP에 이산화염소가 암, 에이즈, 말라리아 등 온갖 질병을 낫게 한다는 기적의 물질이라는 오랜 믿음이 존재한다며 "그러나 어떤 질병에도 치료 효과가 입증된 과학적 연구는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미국에선 최근 한 종교 단체가 이산화염소를 '기적의 미네랄 용액'(MMS)으로 부르며 팔다 당국의 제지를 받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4월 코로나19 치료를 위해 살균제를 몸에 주입하는 아이디어를 언급해 의학계 등을 아연실색하게 만들기도 했다.

코로나19 확산에 '가짜 약' 독성 표백제라도 찾는 볼리비아인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