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리시아 핀리 월스트리트저널 부편집인

작년 말 中 우한서 코로나 발생
브라질·伊 등서도 바이러스 흔적
겨울부터 감염자 적지 않았지만
코로나 변종 일어나 급격히 퍼져

코로나가 크게 확산된 지역은
이미 집단면역에 도달했을 수도
  일러스트=추덕영 기자 choo@hankyung.com

일러스트=추덕영 기자 choo@hankyung.com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한 몇 가지 초기 추측은 더 이상 앞뒤가 맞지 않아 보인다. 이는 바이러스 확산 방지에 좋은 소식이 될 수 있다. 코로나19는 우리가 알고 있던 것보다 훨씬 더 일찍 퍼졌다. 따라서 지금 우리는 생각했던 것보다 더 집단 면역에 가까운 상태인지도 모른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11월 후베이성 우한에서 코로나19 발생을 처음 확인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중국은 올 1월 23일까지 후베이성을 봉쇄하지 않았다. 코로나19 발생 이후 두 달간 우한에서 영국 런던, 미국 뉴욕·샌프란시스코, 프랑스 파리, 이탈리아 로마 등을 포함한 중국 밖 30개 도시로 직항편이 운항됐다.

과학자들은 지난해 11월 말에서 12월 중순 사이 브라질과 이탈리아에서 채취한 폐수 샘플에서 바이러스 흔적을 발견했다. 이들은 또 파리 근교에서 42세의 알제리 태생 남성이 작년 12월 코로나19를 앓았다고 결론지었다. 그가 어떻게 바이러스에 감염됐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그는 최근 별다른 여행을 하지 않았는데 그의 아이들도 감염됐다. 파리 샤를드골 공항 근처 슈퍼마켓에서 일했던 그의 아내가 전파했을 가능성이 있다.

뉴욕에 있는 마운트시나이 아이칸 의과대학 연구진은 올 2~3월 뉴욕시 환자로부터 채취한 혈액 샘플을 대상으로 코로나19 항체 검사를 했다. 그들은 2월 23일부터 3월 15일까지 응급실 환자의 1.4~3.2%, 다른 일반 환자의 0.9~1.6%에서 항체가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항체가 발달하는 데 몇 주가 걸린다는 것을 감안하면 일부 뉴욕 시민은 올 2월 초나 심지어 1월 말에 이미 감염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뉴욕에서 확진자가 급증하기 시작한 3월 말까지 감염자 수 변화가 거의 없었다는 사실은 의아하다.

그렇다면 왜 ‘사회적 거리두기’나 봉쇄 조치 없이도 우한 밖에서 몇 달 동안 코로나19 발병이 거의 일어나지 않았을까. 새로운 연구는 돌연변이가 바이러스를 더욱 치명적으로 만들었을지 모른다는 것을 암시하고 있다. 미 로스앨러모스 국립연구소는 3월 이전에 유럽에서 나타난 것으로 보이는 돌연변이가 바이러스 형태를 변형시켜 세포에 더 쉽게 달라붙게 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변형된 바이러스(G614)는 지난 3월 유럽과 미국을 휩쓴 코로나19 감염의 씨앗을 뿌린 것으로 추정됐다. 돌연변이가 없는 바이러스(D614)는 지난 겨울 미 서부 해안에 나타났다. G614 변종은 나중에 발생했지만 대부분의 장소에서 D614보다 강력했다. 감염이 더 심각해졌다는 얘기다.

코로나19가 급격히 퍼지기 전에 일부 유럽인과 미국인은 심각한 증상을 일으키지 않는 바이러스에 이미 감염됐을 것이라는 연구도 있다. 또 다른 연구에서도 일반적으로 추측하는 것보다 더 많은 사람이 코로나19에 노출되고 감염됐을 가능성을 제기한다. 현재 많은 무증상 또는 경증 환자가 코로나19 항체를 형성하지 않았다는 것을 발견했기 때문에 특히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항체가 발견되지 않는 한 가지 이유는 일부 사람은 면역 기능을 지닌 ‘T세포’를 갖고 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코로나19 이전에 발생했던 과거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를 포함해 현재까지 확인된 인체 전염 코로나바이러스는 총 7종)로부터 얻은 면역 기능의 T세포를 갖고 있다는 뜻이다.

코로나19에 전혀 감염되지 않은 사람도 과거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에서 얻은 T세포를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이 여러 연구에서 밝혀졌다. 미국 라호야 면역연구소가 2015~2018년 채취한 혈액 샘플의 절반가량에서 T세포가 검출됐다.

최근의 연구들은 또 코로나19에 양성 반응을 보인 무증상 또는 경증 환자들이 나중에 재검사할 때 항체를 갖고 있지 않은 경우가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러나 이들은 미래의 감염을 막을 수 있는 강력한 T세포를 갖고 있었다. 연구진은 T세포가 코로나19에 대한 장기 면역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항체가 없는 경우에도 드물지 않게 무증상 또는 경증 코로나19 환자들이 T세포를 갖고 있다는 사실은 이후 악성 코로나19의 재발을 막을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

따라서 지금의 코로나19 항체 검사는 과거에 감염됐던 사람의 수를 크게 과소평가할 수 있다. 만약 그렇다면 뉴욕과 북부 이탈리아와 같이 코로나19가 크게 확산한 지역은 이미 집단 면역의 수준에 도달했을 가능성이 있다. 비슷한 다른 곳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원제=Herd Immunity May Be Closer Than You Think
정리=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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