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보안법 반대하는 시민 의지 보여줘" 분석도
야권, 9월 입법회 선거서 사상 첫 '과반 의석' 노려
홍콩 야권 예비선거에 시민 61만명 참여…"기적"
오는 9월 홍콩 의회인 입법회 선거에 출마할 야권 단일후보를 정하는 예비선거에 당초 예상보다 훨씬 많은 60만명이 넘는 시민이 참여해 홍콩의 민주파 진영을 고무시켰다.

13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11일부터 12일까지 홍콩 곳곳에 세워진 투표소 내 현장 투표와 모바일 투표를 통해 치러진 이번 예비선거에는 61만3천200여 명이 참여했다.

이는 예비선거 주최 측이 당초 목표로 삼은 17만 명의 세 배를 넘는 수이자, 오는 9월 6일 치러질 입법회 의원 선거에 참여하겠다고 등록한 유권자 445만명의 13.8%에 달하는 수치이다.

지역구별 야권 후보를 단일화하기 위한 이번 예비선거는 홍콩 정부의 노골적인 압박 속에서 진행됐다.

에릭 창(曾國衛) 홍콩 정치체제·내륙사무장관은 이번 예비선거가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과 선거법 위반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예비선거 진행에 관여한 여론조사업체 1곳은 지난 10일 개인정보 유출 혐의로 경찰의 압수수색을 받기도 했다.

최근 홍콩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이 예비선거 흥행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됐다.

하지만 이러한 모든 우려를 딛고 예비선거에 60만 명이 넘는 시민이 참여하자 홍콩의 민주파 진영은 흥분한 모습을 감추지 못했다.

이번 예비선거를 주도한 베니 타이(戴耀廷) 홍콩대 교수는 "이는 홍콩 시민이 이뤄낸 기적"이라고 평가했다.

이러한 뜨거운 참여 열기는 지난 1일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된 홍콩보안법에 대한 반대 의사의 표출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예비선거에 참여한 시민 키티 야우(44) 씨는 "나는 중국 본토 출신인데, (홍콩보안법 시행으로) 홍콩이 또 다른 중국 본토 도시가 되지 않을까 걱정된다"며 "하지만 어떠한 '백색테러'에 굴하지 않고 나의 권리를 행사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건설 노동자인 청(35) 씨는 "정부는 이번 예비선거에 시민의 참여를 막으려고 애썼지만, 이처럼 많은 사람이 우리와 함께한다면 두려울 것이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번 예비선거는 지난해 11월 구의원 선거에서 압승을 거둔 홍콩 민주파 진영이 후보 난립과 표 분산을 막고 9월 입법회 선거에서 승리를 거두기 위해 처음으로 홍콩 전역에 도입한 것이다.

이번 예비선거에서는 홍콩 최대 야당인 민주당을 비롯한 전통 야권 후보들과 반중국 성향이 강한 젊은 후보들 간 대결이 치열했다고 홍콩 언론은 전했다.

예비선거에서 승리한 후보자들은 앞으로 야권 단일후보로 오는 9월 입법회 선거 본선에 나서 친중파 후보들과 맞붙게 된다.

홍콩 민주파 진영은 이번 선거에서 사상 최초로 총 70석 입법회 의석 중 과반수를 차지하자는 '35-플러스'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