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보건기구(WHO)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기원을 조사하는 전문가팀을 지난 주말 중국에 파견했다. WHO는 그러나 전문가가 누구인지, 언제 어디서 어떤 조사를 할 것인지 밝히지 않아 논란이 커지고 있다.

WHO는 지난 10일 코로나19 기원 조사를 위해 전염병학자와 동물 보건 전문가로 구성된 선발대를 중국으로 파견했다고 발표했다. 조사를 위한 방문지는 중국 측과 협의해 결정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마거릿 해리스 WHO 대변인은 "모두가 관심을 두는 큰 이슈 중 하나는 그것(코로나19 바이러스)이 동물에서 인간으로 넘어온 것인지, 또 어떤 종에서 인간으로 넘어왔는지"라며 "중간 매개체가 있었는지도 알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WHO는 지난 5월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세계보건총회(WHA)에서 만장일치로 코로나19 기원조사 요구 결의안을 통과시켰고, 중국은 WHO 조사에 동의했다.

다만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코로나19 기원조사는 중국에서만 진행되는 게 아니며 기원 조사가 전 세계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데 중국과 WHO가 근본적 합의를 이뤘다"고 주장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12일 밤 "WHO는 선발대가 구체적으로 누구인지, 어떤 전문가들이 추가로 합류할 것인지, 전문가팀이 언제 어디서 어떤 활동을 하는지 등 세부 사항은 여전히 공개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SCMP에 따르면 중국 보건당국도 WHO 전문가팀에 대해 일체의 발표를 하지 않았으며, 중국 언론들에도 관련 보도가 나오지 않았다.

코로나19의 기원을 밝히는 문제는 국제 정치 쟁점으로 확대된 상황이다. 미국은 코로나19가 중국에서 발원했음에도 중국 정부가 초기에 이를 은폐해 전 세계적인 대유행을 야기했다며 '중국 책임론'을 거듭 제기하고 있다.

지난해 말 코로나19가 처음 보고된 우한의 바이러스연구소에서 유출됐다는 의혹도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미국은 WHO가 중국만 편들고 있다며 WHO 탈퇴를 공식 통보하기도 했다.

미국이 이미 탈퇴 선언을 했기 때문에 중국의 WHO에 대한 영향력이 더 커질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