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러시아 스캔들’ 관련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받은 자신의 최측근을 지난 10일 사실상 사면했다. 법치주의 훼손 논란이 가열되는 등 후폭풍이 거세다.

백악관은 이날 성명을 내고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비선 참모로 활동한 정치 컨설턴트 로저 스톤(67·사진)을 감형했다고 발표했다. 케일리 매커내니 백악관 대변인은 “스톤은 좌파 및 그들의 미디어 우군이 트럼프 대통령을 공격하기 위해 지난 수년간 지속해온 러시아 사기극의 피해자”라며 “매우 불공정하게 대우받아온 스톤은 이제 자유인”이라고 말했다.

스톤은 민주당에선 ‘정치 공작의 달인’으로 평가받는 인물이다. 대학생 때인 1972년 리처드 닉슨 대통령의 선거 캠프에서 전략기획 능력을 인정받은 뒤 줄곧 정치권에서 활동했다. 당시 스톤은 대통령 후보에 도전했던 휴버트 험프리 전 민주당 상원의원의 운전기사를 스파이로 고용해 정보를 빼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당선에도 공헌한 스톤은 워싱턴 정가에서 영향력 있는 로비스트로 활동하며 트럼프 대통령과 친분을 쌓았다. 1998년 ‘트럼프 대망론’을 처음 제기했고 2016년 대선 때는 트럼프 당선을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았다. 힐러리 클린턴 후보가 남편인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성 추문을 폭로하려는 여성들의 입을 막았다는 근거 없는 주장을 퍼뜨리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과는 40년지기다.

스톤은 러시아 내통 혐의와 관련해 허위 진술과 증인 매수, 공무집행 방해 등 7개 혐의가 인정돼 3년4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으나 감옥행을 피하게 됐다. 다만 이번 감형은 사면이 아니라는 점에서 유죄 판결이 기록에서 지워지진 않는다.

민주당은 ‘무법적 권한 남용’이라고 강력 반발했다. 애덤 시프 하원 정보위원장은 “법규와 정의 원칙에 대한 가장 모욕적인 일”이라고 비판했다. 뉴욕타임스는 “트럼프가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사임한) 닉슨 전 대통령조차 건너지 않은 선을 넘었다”며 “헌법상 권한인 사면권을 적절하게 사용하지 않았다”고 했다. 반(反)트럼프 성향인 공화당의 밋 롬니 상원의원도 “전대미문의 역사적인 부패”라고 지적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