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중국 강경대응 기대하는 아베 지지층 의식
대만 우선시하고 브루나이·몽골 등 포함시켜 물타기
아베 "한국보다 대만 먼저 입국 완화" 직접 지시

일본 정부가 한국과 중국, 대만에 대한 입국금지 완화를 위한 협의를 다음주부터 시작할 계획인 가운데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직접 "(한국과 중국보다) 대만을 우선시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일본 언론이 보도했다.

아사히신문은 일본 정부가 사업 목적의 왕래에 한해 입국거부를 완화할 협상 대상국으로 한국, 중국, 대만 외에 아시아 7개국을 포함시킨 것은 복잡한 국내외 정치적 상황을 고려한 결과라고 12일 보도했다.

일본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달 베트남, 태국, 호주, 뉴질랜드 등 4개국에 이어 두번째 입국금지 완화 대상국을 결정할 당시 아베 총리는 직접 대만과 협의를 가장 먼저 진행할 것을 지시했다.

일본과 경제적 교류가 가장 활발한 한국과 중국을 뒤로 늦추도록 한 것은 아베 내각의 지지층이 두 나라에 대한 강경대응을 기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정부 관계자들은 설명했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진원지인 중국에 대한 입국금지를 풀 경우 국내의 반발이 거셀 것은 물론 중국과 대립하는 미국에 대해서도 외교적인 결례를 범할 것을 우려했다.

이 때문에 아베 총리는 일본 보수층이 우호적인 시선을 보내는 대만을 한국과 중국보다 우선시하라고 지시해 지지층의 반발을 완화하려 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자민당 보수파 의원들도 대만과의 입국완화를 강하게 희망했다.

지지층을 의식해야 하지만 세계 2위 경제대국인 중국, 이웃나라인 한국과의 외교관계도 무시할 수 없었다. 특히 외무성은 "한국과 중국을 2차 협의 대상에 포함시키지 않으면 양국과의 관계가 악화될 수 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이를 위해 등장한 해결책이 '한국, 중국, 대만을 동시에 협의 대상국에 넣은 후 실제 협의진행은 대만을 가장 우선시하는 것'이었다.

여기에 브루나이, 몽골 등 일본과 경제적 교류가 상대적으로 덜 활발하면서도 코로나19가 심각하지 않은 나라들까지 포함시킴으로써 일본 정부가 아베 내각 지지층의 반발과 한국 및 중국에 대한 외교적 배려 사이의 균형을 맞추려 했다고 이 신문은 분석했다. 한국과 중국이 도드라져보이지 않도록 협의 대상국을 10개국으로 넓혀 일종의 물타기를 한 것이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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