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 주모 혐의 등 받아…소속 정당 "중앙서 돈상자 갖고 오라 했다"

살인 주모 등의 혐의로 전격 체포된 러시아 극동 하바롭스크주(州)의 세르게이 푸르갈 주지사(50)가 2개월 동안 구속 수사를 받게 됐다.

타스 통신 등에 따르면 모스크바 바스만니 구역법원은 10일(현지시간) 구속전 피의자 심문에서 푸르갈을 9월 9일까지 2개월간 구속수사할 수 있게 해달라는 수사당국의 요청을 받아들였다.

변호인단은 즉각 항소 의사를 밝혔다.

푸르갈 주지사도 이날 심문에서 자신에 대한 모든 혐의를 부인하면서 범죄에 개입한 바 없다고 주장했다.

크렘린궁의 손보기?…야당소속 러 하바롭스크 주지사 2개월 구속

중대범죄 수사를 담당하는 연방수사위원회와 정보기관인 연방보안국(FSB)은 전날 아침 출근 중이던 푸르갈 주지사를 하바롭스크의 자택 인근에서 체포해 수천km 떨어진 수도 모스크바로 압송한 뒤 조사하고 있다.

푸르갈 주지사는 지난 2004년부터 2년간 극동 하바롭스크주와 아무르주에서 자행된 범죄조직의 기업인 살해와 살해 미수 사건 등에 개입됐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고 연방수사위원회는 설명했다.

수사위원회는 당시 사업을 하던 푸르갈이 최소 2건의 살인 사건과 1건의 살인 미수 사건을 주모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타스 통신은 전했다.

기업인 출신의 푸르갈 주지사는 2018년 9월 지방 선거에서 극우 민족주의 성향의 야당인 '자유민주당' 소속으로 하바롭스크 주지사에 선출됐다.

2차 투표까지 가는 접전 끝에 70%의 득표율로 현역 주지사였던 여당(통합러시아당) 후보를 누르면서 당선돼 파란을 일으켰다.

푸르갈 체포에 그의 소속 정당인 자유민주당은 강하게 반발했다.

블라디미르 쥐리놉스키 자유민주당 당수는 강한 분노를 표시하면서 "당신들은 우리에게 헌법(개헌 지지)을 부탁했고 우리는 그것을 줬다.

그런데 이제 우리의 손에 수갑을 채웠다.

스탈린 시대 때처럼 행동한다"고 크렘린궁을 겨냥했다.

최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장기집권 허용 개헌 투표에서 자유민주당이 개헌안을 지지했음에도 이번 같은 사건이 발생한 데 대해 강한 불만을 표시한 것이다.

그는 또 "모스크바의 관리들이 푸르갈 주지사에게 돈 상자를 갖고 오라고 요구했다"며 푸르갈이 중앙 정부의 뇌물 제공 요구를 이행하지 않은 것이 체포 원인이 됐다는 취지의 주장을 하기도 했다.

쥐리놉스키는 푸르갈 주지사의 체포에 대한 항의 표시로 자유민주당 출신 하원 의원과 주지사가 집단 사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크렘린궁의 손보기?…야당소속 러 하바롭스크 주지사 2개월 구속

일각에선 이번 수사가 9월 지방선거를 앞둔 크렘린궁의 야권 '손보기' 차원이란 분석이 나온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가중된 경제난, 푸틴 대통령의 5기 집권 시도를 위한 개헌 등으로 불만 여론이 높아지는 가운데, 크렘린궁이 야권의 불만과 비판을 잠재우고 선거 승리를 위한 분위기를 다잡기 위해 취한 조치라는 것이다.

하바롭스크에 있는 '태평양국립대학'의 일두스 야룰린 교수는 "중앙에서 보낸 사람에 반대해 힘을 모으려 시도하면 그 결과가 어떻게 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경고"라고 해석했다.

하바롭스크주와 연해주 등 극동 지역은 전통적으로 반(反)중앙정부적 성향이 강하다.

2018년 대선 당시 이 지역의 푸틴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은 다른 지역보다 크게 낮았으며, 최근 개헌 투표 지지율도 62%로 전체 지지율(78%)보다 상당히 낮게 나왔다.

/연합뉴스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