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발표된 유엔 특별조사관 보고서를 놓고 이란과 미국이 설전을 벌이고 있다.

이날 아그네스 캘러마르 유엔 인권 특별조사관은 미국이 지난 1월 가셈 솔레이마니 이란혁명수비대(IRGC) 쿠드스군 사령관을 살해한 것이 국제법과 유엔헌장을 위반했다는 보고서를 유엔 인권이사회에 발표했다.

캘러마르 조사관은 보고서에서 “미국의 공습은 불법적이고, 유엔헌장을 위반한 임의적 살인이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은 공격을 정당화하기 위해 (솔레이마니 사령관 등의) 미국에 대한 공격이 임박한 상황이었다고 주장했지만 그에 대한 충분한 증거는 제시하지 못했다”며 “이에 따라 미국의 ‘자기방어 명분’을 적용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칼라마르 조사관은 앞서 트위터에 “국제사회에서 선제적 자위권 행사는 다른 선택지가 없고, 긴급한 시점에 이뤄졌을 때만 인정받을 수 있다”고 썼다. 미국의 솔레이마니 사살은 이같은 조건엔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미국은 이번 보고서를 두고 유엔을 맹비난하고 있다. 전날 모건 오르타거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이번 유엔 인권조사관 보고서는 테러리스트들에게 힘을 실어주는 것”이라며 “오히려 인권을 침해하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오르타거스 대변인은 “미국이 인권이사회를 탈퇴한게 옳은 결정이었다는걸 다시 한번 입증하는 사례”라고도 발언했다.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집권 이후인 2018년 6월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탈퇴했다.

반면 세예드 압바스 무사비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솔레이마니 장군에 대한 비겁한 암살은 명백한 유엔헌장 위반”이라며 “미국이 조사를 벌인 유엔을 비난한다고 해서 그 사실이 바뀌진 않는다”는 글을 트위터에 올렸다. 그는 “이란은 절대 이번 일을 잊지도, 용서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군은 지난 1월2일 이라크의 바그다드 국제공항 터미널 인근에서 이라크 민병대가 호위하고 있던 차량 두 대를 폭격해 솔레이마니 사령관을 폭살했다. 같은날 미국 국방부는 “솔레이마니는 이라크 등 중동 일대에서 역내 미국인들을 공격하려는 계획을 짜고 있었다”며 “미국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솔레이마니를 사살하는 ‘결정적 방어조치’를 취했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