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흑인 노예들 부린 스티븐 더글러스
시카고대학도 차별 역사 지우기…노예제옹호 정치인 기념물 제거

미국 시카고대학이 '역사 지우기' 논란에 가세했다.

시카고대학은 8일, 학교 전신인 구 시카고대학(1857~1886)의 설립자이자 일리노이주 연방상원의원(1847~1861)을 지낸 유명 정치인 스티븐 더글러스(1813~1861) 기념물들을 캠퍼스에서 모두 제거한다고 밝혔다.

로버트 지머 총장은 학생들에게 보낸 이메일을 통해 더글러스가 흑인들을 노예로 부린 부인 소유의 미시시피 대농장에서 경제적 이익을 얻었다고 결정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노예제 역사를 이해하고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를 풀어가는 것은 매우 중요하지만, 더글러스는 우리의 헌사를 받을 자격이 없다"고 부연했다.

대학 측은 학생관 '허친슨 커먼스'에 설치된 더글러스 기념 동판과 고전문학관 벽의 석판을 떼내어 도서관 소장품 코너에 보관할 계획이다.

미국 16대 대통령 에이브러햄 링컨의 정적으로 잘 알려진 더글러스는 1858년 일리노이 연방상원의원 선거에서 도전자 링컨과 7차례 토론을 펼친 끝에 승리했으나, 1860년 미국 대선 민주당 후보로 링컨과 다시 맞붙어 패했다.

당시 토론의 핵심 논제는 노예제였다.

당시 더글러스는 "'국민 주권' 원리에 따라 노예제 허용 여부는 각 주의 주민들이 직접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며 이 주장은 "노예제 옹호"라는 비난을 듣고 있다.

시카고대학 측은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을 계기로 인종차별 항의 시위가 미 전역으로 확산하면서 대학에도 인종적 정의 문제가 과제로 주어졌다"면서 "이번 조치는 더 강하고 더 포용적인 대학 커뮤니티를 만들려는 노력의 일환"이라고 밝혔다.

앞서 프린스턴대학도 공공정책대학원의 공식 명칭에서 우드로 윌슨(전 총장·미국 28대 대통령)의 이름을 삭제했다.

프린스턴대학 측은 윌슨의 인종차별적 가치와 정책을 이유로 들었다.

위스콘신대학 흑인 학생단체는 "노예제 폐지에 기여한 링컨 전 대통령이 실은 인종주의자였다"며 캠퍼스 본관 앞에 114년째 서 있는 링컨 동상 철거 운동을 벌이고 있다.

버몬트 주에서 태어나 20세 때 일리노이 주로 이주한 더글러스는 일리노이 대법원 판사, 일리노이 연방하원의원 등을 거쳐 1847년 연방상원의원에 처음 선출됐으며 3선을 연임했다.

그는 1852년과 1856년 미국 대선 민주당 경선에 나섰다가 당내 경쟁자였던 프랭클린 피어스(14대 대통령), 제임스 뷰캐넌(15대 대통령)에게 각각 밀렸고, 1860년 민주당 경선에서 승리했지만 본선에서 공화당 후보 링컨에 패했다.

더글러스는 1857년 시카고 남부 브론즈빌에 '시카고대학'으로 이름 붙인 신학대학을 세웠으나 1886년 화재로 크게 소실된 후 폐교됐다.

1890년 석유 재벌 존 록펠러가 인근 하이드파크에 현재의 시카고대학을 설립했으며 시카고대학 1901년 졸업생들과 1927년 졸업생들이 구 시카고대학의 설립자 더글러스를 기념하기 위한 동판과 석판을 각각 기증했다.

하지만 대학 측은 8일 "더글러스는 1861년 사망했다.

1890년 별개 사명 아래 설립된 우리 대학과는 사실상 아무 관련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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