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언론, 지난 6일자 WHO 탈퇴 절차 시작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예고했던 대로 끝내 세계보건기구(WHO)에서 탈퇴를 강행했다. 미국 내부에서는 물론 국제 사회에서 거센 논란이 일고 있다.

7일(현지시간) AFP·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미 국무부는 "지난 6일자로 미국의 WHO 탈퇴 절차가 시작됐음을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사무총장에게 공식 통보했다"고 밝혔다.
"WHO 탈퇴, 미국인 병들게 할 것"

미 상원 외교위원회의 민주당 간사인 밥 메넨데스 의원(뉴저지)도 이날 트위터를 통해 "의회는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팬데믹(대유행) 속에서 '대통령이 미국을 WHO로부터 공식 탈퇴시킨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미국의 WHO 탈퇴는) 미국인을 병들게 하고 미국을 혼자 남게 할 것"이라고 비판했고, 패티 머레이 상원의원은 "미국 우선주의의 정반대인 '미국 위험 우선주의'"라고 비난했다.

민주당 소속의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트위터를 통해 "코로나19와의 전 세계적 싸움을 지원하는 WHO에서 미국을 공식 탈퇴시킨다는 대통령의 결정은 정말 분별없는 행동"이라며 "수백만명의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에서 대통령이 바이러스를 물리치기 위한 전 세계적 노력을 무력화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민주당 대선후보로 사실상 확정된 조 바이든 전 부통령도 "미국이 국제적 보건위생 강화에 기여해야 미국인도 보다 안전해진다"며 "내가 대통령에 취임하면 첫날 WHO에 재가입하겠다"고 공언했다.
공화당에서도 반대 목소리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 사태 대응 과정에서 WHO의 중국 편향성을 들어 탈퇴 엄포를 놓긴 했지만 설마 했던 일이 현실화하자 야당과 전문가들은 물론 여당인 공화당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나왔다.

라마 알렉산더 공화당 상원 의원은 이날 성명을 내고 "대통령 결정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코로나19와 관련한 WHO 실수를 열심히 볼 필요가 있지만 그 시기는 대유행 와중이 아니라 위기가 끝난 후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공화당 내 중국 태스크포스 위원들도 최근 미국이 WHO 회원국으로 있을 때 변화를 위해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재고를 촉구한 바 있다.

공중보건과 법 전문가 700여명은 전세계 보건과 미국의 국익에 대한 위험한 조처라며 의회가 탈퇴 결정을 반대할 것을 촉구했다.

탈퇴 통보는 1년이 걸리는 탈퇴 절차의 시작에 불과한 데다 반대 여론이 만만찮아 트럼프 대통령의 뜻대로 탈퇴가 관철될지 미지수라는 전망도 나온다.

미 의회가 1948년 미국의 WHO 가입을 승인하면서 통과시킨 공동 결의안에 따라 미국이 WHO에서 탈퇴하려면 서면으로 1년 전에 통지하고 WHO에 남은 부채를 해결해야 한다.

미 정부는 아직 2억달러(약 2391억원) 상당의 WHO 회원국 분담금을 덜 낸 상태다. 미 정부는 '코로나19 대응 부실'을 이유로 지난 4월부터 WHO에 대한 자금 지원을 중단해왔다. 따라서 미국이 WHO에서 탈퇴할 경우 "WHO 운영에도 타격이 예상된다"는 게 국내외의 일반적인 지적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미국이 WHO에서 탈퇴하려면 이 자금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데, 트럼프 대통령이 의회 동의 없이 탈퇴에 필요한 절차를 진행할 수 있을지 불분명하다고 봤다.

실제로 민주당은 의회 동의가 없는 상태에서 WHO에서 탈퇴하고 자금을 집행하는 것이 위법인 만큼 이를 저지하겠다고 엄포를 놨다.
"연이은 국제기구 탈퇴, 전통적 동맹과의 관계 악화 우려"

WP는 국무부 대변인이 WHO와 관계를 축소하는 절차가 이미 진행 중이라면서도 "미국은 WHO와 다른 국제기구를 개혁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면서 트럼프 행정부가 잔류 결정을 완전히 배제하진 않은 분위기라고 전했다.

이번 WHO 탈퇴 통보는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계속된 국제기구 탈퇴와 국제협약 무효화의 연장선에 있는 것으로서, 전통적 동맹과의 관계를 악화할 우려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금까지 파리 기후변화협정, 이란핵합의, 항공자유화조약, 러시아와 맺은 중거리핵전력(INF) 조약에서 탈퇴했다.

또 유엔 산하 인권이사회와 유네스코에서 탈퇴한 데 이어 만국우편연합(UPU)에서도 빠지겠다고 엄포를 놓은 상황이다.

지미 콜커 전 보건복지부 차관은 WP에 "우리는 WHO를 개선하는 데 있어 많은 동맹이 있지만 WHO를 버릴 때는 아무런 동맹이 없다"며 "WHO에 남아 효과적으로 만드는 것이 더 유리하다"고 말했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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