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에서 반중(反中) 감정이 들끓고 있다. 히말라야 국경 지대에서 중국과의 충돌로 인도군 20명이 사망한 이후 곳곳에서 중국제품 불매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나렌드라 모디 총리에 대안 압박도 거세지고 있다. 인도 정부는 중국의 모바일 앱 수십종을 사용 중단시키기도 했다.

하지만 많은 전문가들이 인도가 중국과 완전히 결별하는 것은 어렵다고 진단한다. 최근 수십년 간 경제적 관련도가 너무 깊어졌기 때문이다. CNBC는 무역, 투자, 기술 부문에서 인도와 중국이 얼마나 깊게 얽혀 있는지를 데이터를 통해 분석했다.

무역 : 인도가 중국에 57조 적자

중국은 인도에게 미국에 이은 2번째 교역국이다. 교역 현황은 비대칭적이다. 인도는 지난해 4월부터 올 3월까지 1년 동안 중국으로부터 650억달러어치를 수입했다. 같은 기간 수출은 166억달러에 그쳤다. 무역 적자가 480억달러(약 57조원)에 달한다. 다만 인도가 무역 적자를 줄이기 위해 중국산 제품에 관세 등의 추가 조치를 하면서 전체 교역 규모는 줄어드는 추세다.

인도는 중간재와 완성품을 주로 수입한다. 전기·전자 부품과 장비, 가전제품, 화학제품, 의약품 등이 중심이다. 쿠날 쿤두 소시에떼제네랄 인도 이코노미스트는 "중국 의존도를 줄이는 것은 말보다 실행이 어렵다"며 "중장기 계획과 꾸준한 정책 수행이 있어야 한다"고 분석했다.

쿤두는 중국산 제품을 인도 내에서 생산하려면 중소기업을 육성하는 정밀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또 다른 아시아 국가와 유럽, 중남미 등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적극적으로 체결해 글로벌 공급망에 깊숙히 들어가는 노력도 기울여야 한다는 진단이다.

투자 : 인도 유니콘 30개 중 18개가 중국 자본 유치

중국의 인도 기업에 대한 투자는 최근 계속 증가해 왔다. 중국 기업들은 2015년부터 지난달까지 인도 기업에 42건, 87억달러(약 10조3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집행했다. 한 건 당 500만달러 이상이다.

중국 투자자들은 40조달러를 인도 스타트업에 넣었다. 지난 3월 기준 인도의 유니콘(기업가치 10억달러 이상의 스타트업) 30곳 가운데 18곳이 중국의 투자를 유치했다.

국제정치연구소인 게이트웨이 하우스는 중국 기업이 인도 정보기술(IT) 업계를 장악한 3가지 이유를 제시했다. 첫번째는 중국에 대적할만한 대형 벤처캐피털이 인도에 없다는 점이다. 3억5000만명의 회원을 확보한 인도 전자상거래 결제업체 페이티엠(Paytm)을 키운 회사는 2015년 선제적 투자를 단행한 알리바바였다.

두번째는 중국 투자자들이 시장점유율을 높일 수 있다면 당장의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인내심을 갖고 인도 기업에 투자해왔다는 점이다. 세번째는 중국 기업들이 인도의 거대한 시장을 내수시장처럼 보고 전략적으로 접근하고 있다는 점이다.

인도는 국경 분쟁 이전부터 중국의 자국 스타트업 투자를 규제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런 조치는 오히려 당장 자금이 필요한 인도 스타트업들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첨단기술 : 인도에서 팔리는 스마트폰 80%가 중국 브랜드

인도는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디지털 시장 중 하나다. 인도인들은 온라인 세상에 점점 더 많이 접근하고 있다.

중국의 알리바바, 텐센트, 틱톡 등은 이런 시장을 차지하기 위해 페이스북, 아마존, 구글과 치열하게 경쟁을 벌여 왔다.

예컨대 인도는 세계에서 중국 다음으로 큰 스마트폰 시장이다. 그런데 인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스마트폰 브랜드 5개 중 삼성을 뺀 4개가 중국 출신이다. 인도 본토 기업의 스마트폰 시장점유율은 1%에 그친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는 "현재로선 중국산 스마트폰에 대한 대안이 없으며 인도 스마트폰 업체들은 연구개발을 훨씬 더 많이 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세계 최대 통신장비업체 화웨이는 인도의 5세대(5G) 사업에서 배제될 가능성이 있다. 카운터포인트는 인도 통신사들이 통신망 구축에 대부분 화웨이와 ZTE 장비를 써왔기 때문에 이런 움직임은 중국 장비업체들에 타격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인도는 전기자동차 산업을 육성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그러나 이 부문에서도 중국이 글로벌 공급망의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