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쿠바 등 유권자 출신국 따라 주제도 각색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미국 라틴계 유권자의 표심을 잡기 위해 스페인어로 된 대선 캠페인 광고에 맞춤형 억양을 집어넣고 있다고 미국 AP통신 등이 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바이든, 라틴계 표심 잡으려 광고에 맞춤형 억양
그는 스페인어로 된 대선 캠페인 광고를 만들면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대조를 위해 '돈은 안 내면서 말만 하지 말라'(los cuentos no pagan las cuentas)는 슬로건을 똑같이 썼다.

다만, 내레이터는 마이애미 주에서는 쿠바 억양으로, 올랜도 주에서는 푸에르토리코 억양으로, 피닉스 주에서는 멕시코 억양으로 같은 내용의 광고를 전했다.

바이든 전 부통령은 이를 통해 플로리다주 등 중심지에서 라틴계 유권자의 투표율을 올리기를 희망하고 있다.

앞서 민주당이 패배했던 2016년 대선에서 라틴계 유권자의 투표율은 47.6%까지 떨어졌다.

이는 2008년 대선 때보다 3%포인트나 떨어진 수치다.

플로리다주의 라틴계 유권자는 300만명을 넘어선다.

전체 유권자의 20%에 달한다.

이 지역 라틴계 유권자의 출신 지역은 쿠바, 도미니카공화국, 베네수엘라 등으로 다양하다.

바이든 후보 대선 캠프는 이를 위해 라틴계 유권자에 대한 마이크로 타게팅을 시도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서는 각 유권자의 배경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가 필요하다.

캠프는 유권자에 대한 데이터 모델링을 통해 광고를 만들거나 유권자를 만날 때 라틴계 공동체 내에 개별 인종집단을 겨냥하기로 했다.

톰 페레스 민주당 전국위원회 의장은 "우리는 인종그룹별로 하위집단에 대해 모델링을 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면서 "플로리다주에서 페레스나 알렉스, 로드리게스를 만나 바이든 후보를 위해 투표하게 하려면 그들이 베네수엘라 출신인지, 도미니카공화국 또는 쿠바 또는 푸에르토리코 출신인지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대선 캠페인에서 특정 유권자에 대한 개별화된 메시지를 보내는 것은 흔한 일이다.

대선 후보들은 아프리카계 미국인과 백인, 라틴계에 구애하기 위해 각각 다른 주제를 강조한다.

민주당 고위관계자들은 이런 절묘한 수정이 큰 성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면서 판돈을 키우고 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라틴계 유권자의 투표율을 올리면 플로리다주를 뒤집어 공화당 지지가 확고부동했던 애리조나주에서 격차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에서다.

바이든 후보 대선 캠프는 플로리다주와 같은 초접전 지역을 '1% 주'라고 부르고 있다.
바이든, 라틴계 표심 잡으려 광고에 맞춤형 억양
노동운동가 세자르 차베스의 손녀인 쥴리 차베스 로드리게스 바이든 캠프 자문위원은 "우리가 거대한 단일집단이 아니라는 것을 진정으로 이해하는 게 중요하다"면서 "단순히 영어 캠페인 광고를 스페인어로 번역하고 이를 라틴계에 대한 접근이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도 1년 넘게 라틴계 유권자에 대한 접근도를 높이는 대선 캠페인 자금을 대대적으로 투입했다.

공화당도 라틴계 유권자들의 출신에 따라 다른 메시지를 맞춤형으로 제작했다.

특히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쿠바계 미국인에게는 공화당의 메시지가 자연스럽게 들어맞는다.

2016년에 힐러리 클린턴 전 후보의 라틴계 유권자 담당 본부장이었던 로렐라 프랠리는 "라틴계 유권자는 오랫동안 민주당에 기운 유권자로 간주되면서 사전에 시간과 자원을 들여 조직화하기보다는 막판에 동원하는 방식으로 접근이 이뤄졌다"면서 "데이터분석을 통해 접근하는 방식은 한층 진보한 제대로 된 방식"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