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최대 전기·전자기기 제조업체인 히타치(日立)제작소가 스위스의 중전기(重電機) 대기업인 ABB의 송배전 사업 인수를 완료했다.

3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히타치제작소는 ABB가 분사한 송배전 업체 주식 80.1%를 68억5천만 달러(약 8조2천억원)에 취득해 스위스에 합작사로 '히타치 ABB 파워 그리드'를 설립했다.

히타치제작소가 인수한 ABB 송배전 사업 부문의 매출은 연간 1조엔(약 11조원) 규모다.

히타치제작소는 이로써 독일 지멘스 등 경쟁사를 제치고 송배전 사업 분야에서 단숨에 세계 선두로 올라섰다.

이 회사는 ABB가 보유한 '히타치 ABB 파워 그리드'의 나머지 주식도 모두 취득해 2023년 이후 완전자회사로 만들 방침이다.

'히타치 ABB 파워 그리드'는 세계 90개국에 3만6천명의 직원과 약 100곳의 생산거점 및 200곳의 판매 거점을 갖추고 있다.

이번 인수로 히타치그룹 전체에서 해외 인력이 차지하는 비중이 처음으로 절반을 넘어섰다.

일본 히타치제작소, 스위스서 8조원대 송배전 사업 인수
히가시하라 도시아키(東原敏昭) 히타치제작소 사장은 2일 열린 화상 기자회견에서 "ABB 송배전 사업 인수는 히타치를 진정한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시키는 '흑선(黑船)'의 내항"이라는 표현으로 '히타치 ABB 파워그리드'를 앞세워 송배전 세계 시장에 본격 진출한다는 메시지를 던졌다.

흑선은 일본 막부(幕府) 시기인 에도(江戶) 시대 말기에 일본의 개항을 요구한 미국의 매튜 페리 제독이 타고 온 배를 일컫는 말이다.

원전 분야에서 경쟁력을 자랑하던 히타치제작소는 2011년 동일본대지진 당시의 후쿠시마 제1원전 폭발 사고를 계기로 세계 각국의 원전 신설 계획이 잇따라 백지화되거나 축소되면서 어려움을 겪어 왔다.

화력 발전 사업에선 미쓰비시(三菱)중공업이 과반을 출자한 합작회사에 맡기고 올해 안에 철수할 예정이다.

히타치제작소는 '탈(脫) 탄소'라는 세계적 흐름을 타고 성장 가능성이 가장 유망한 분야의 하나로 송배전 사업을 꼽고 투자를 강화하고 있다.

태양광, 해상풍력 등 신재생 에너지의 보급 확대로 각지의 발전소에서 만든 전기를 기업과 가정에 낭비 없이 안정적으로 보내는 기술의 중요성이 점차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히타치제작소는 그런 판단에 따라 2018년 12월 ABB 송배전 사업 부문을 인수하기로 하고 1년 6개월 만에 인수 절차를 마무리했다.

히타치는 앞으로 자사가 강점을 가진 IT를 ABB 제품과 결합해 효율적으로 전력을 관리하는 제어 시스템과 설비 등의 생산에도 주력할 방침이다.

아사히신문은 이번 인수는 히타치제작소가 성사시킨 역대 최대 규모의 인수합병(M&A) 사례이지만 통합 효과를 제대로 내지 못할 경우 오히려 경영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