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대국들 숨통죄기…이란 "순전한 해적질" 반발
자국 법원 소송…"영해 들어오면 압수·타국엔 협조 압박"
미국, 베네수엘라 가는 이란산 휘발유 압수 추진
미국 정부가 베네수엘라로 향하는 이란산 휘발유의 압수를 추진하는 방식으로 양국을 겨냥한 제재 수위를 높였다.

AP,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미국 연방 검찰은 이란이 베네수엘라로 보내려고 하는 유조선 4척에 실린 휘발유를 압수하기 위해 운송을 차단하도록 해달라는 소송을 2일(현지시간) 워싱턴DC 법원에 제출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끄는 미국 정부는 이란, 베네수엘라에 경제제재를 가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이란에는 핵무기와 탄도미사일 개발 프로그램 폐기·역내 세력확장 포기를, 베네수엘라에는 사회주의 정권을 지켜가는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의 퇴진을 압박하고 있다.

앞서 미국 법원은 이들 유조선 4척에 실린 휘발유 110만여t에 대한 압수 영장을 발부했다.

미국 검찰이 지목한 유조선 4척은 해상에서 선박 대 선박 이송 수법으로 이란산 휘발유를 건네받은 것으로 추정되는 벨라, 베링, 판디, 루나다.

선박추적 데이터에 따르면 벨라는 필리핀에 정박 중이고 판디는 이란과 아랍에미리트 사이에 있다가 추적장치를 끈 상태이며 베링과 루나는 지난 5월 각각 그리스, 오만 근처에서 마지막으로 관측됐다.

미국, 베네수엘라 가는 이란산 휘발유 압수 추진
법률 전문가들은 미국 당국으로서는 이들 유조선이 미국 영해로 들어올 때 휘발유를 압수할 수 있지만 이번 조치에는 압수에 협조하라고 다른 국가들을 압박하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소장에 따르면 이란과 베네수엘라의 이번 거래는 사업가 마흐무드 마다니푸르가 조직했다.

그는 미국 정부가 테러단체로 지정한 이란혁명수비대와 연계된 인물로 기재됐다.

미국 검찰은 "대량살상무기와 (탄도미사일 등) 운반체계를 개발하는 행위, 테러 지원, 국내외 인권침해 등 전 부문에 걸친 이란혁명수비대의 범죄행각이 그런 활동(석유 거래 등)에서 나오는 수익으로 지탱된다"고 주장했다.

유엔 주재 이란 대표부의 알리레자 미르유세피 대변인은 "이란의 합법적 거래를 막는 미국의 조치는 '순전한 해적질'에 해당한다"라며 "국제평화와 안보에 직접적인 위협이고 유엔 헌장을 포함한 국제법을 위반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란, 베네수엘라, 북한을 겨냥해 미국 법률에 따라 부과한 제재를 준수하라고 선주들에게 압력을 가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올해 5월에는 해상에서 이뤄지는 선박과 선박 간 물품 이전, 의무적인 선박추적장치를 꺼두는 행위 등 제재회피 책략을 감시하라고 글로벌 해운업계에 경고하기도 했다.

함께 제재를 받을 압박 속에 민간 무역업체들이 베네수엘라를 점점 회피하게 됨에 따라 마두로 정권은 그만큼 더 이란에 의존하게 됐다.

베네수엘라는 원유 매장량이 세계 최대이지만 정유시설이 부족한 데다가 미국의 제재 여파 등으로 원유 생산량도 줄어 심각한 휘발유 부족 사태를 겪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