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중심 신규 확진자 급증에도 "그럴 상황 아니다" 반복

일본에서 수도 도쿄를 중심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다시 급증 조짐이 나타나 정부가 긴급사태를 다시 선포할지 주목받고 있다.

일본은 지난 3월 개정한 인플루엔자 등 대책 특별조치법에 따라 중앙정부 수반인 총리가 코로나19 대응책으로 긴급사태를 선포하면, 이를 근거로 광역단체장이 외출 자제, 휴업 등 사회, 경제적 활동의 자제를 요청할 수 있도록 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지난 4월 7일 도쿄 등 7개 광역 지역을 대상으로 1차로 긴급사태를 선포한 뒤 전국으로 확대했다가 48일 만인 5월 25일 모두 해제했다.

전면 해제 시기는 애초 5월 말로 잡혀 있었지만, 확진자 수가 감소세를 보인다는 이유로 1주일가량 앞당겨졌다.

이는 경제 활동의 제약을 수반하는 긴급사태 발령으로 인한 국가적 부담을 최대한 줄이기 위한 고육지책이었다.

일본, 코로나 긴급사태 재선포 할까…일단은 '신중 모드'

◇ 점차 현실화하는 제2파 우려…신규 확진자 다시 급증세

일본에서 소강상태를 보이던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도쿄도를 중심으로 최근 눈에 띄게 늘면서 제2의 확산이 본격화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일본 전체 확진자의 30% 이상을 차지하는 도쿄도는 지난달 25일 긴급사태가 풀린 이후 신규 확진자가 조금씩 늘다가 최근 며칠 새는 그야말로 급증하는 양상이다.

지난달 25일 8명이던 것이 1개월 후인 6월 하순에 하루 60명 전후에서 이달 2일에는 107명으로 100명대를 돌파했다.

또 3일에는 124명의 신규 확진자가 나와 이틀 연속으로 100명을 넘어섰다.

전날(2일) 도쿄를 포함한 일본 전역 신규 확진자는 194명에 달해 긴급사태 발령 기간인 지난 5월 3일(203명) 이후 근 2개월 만에 가장 많았다.

도쿄 지역의 신규 감염자는 신주쿠(新宿) 등 도심 유흥가에서 일하는 사람이 40%가량을 차지해 밤거리를 중심으로 퍼지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연령별로는 사교 활동이 왕성한 20~30대의 젊은 층이 신규 확진자의 70%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이 때문에 유흥가를 통한 확산을 막는 것이 제2파로 이어지지 않도록 하는 열쇠가 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전날 도쿄지역 신규 확진자 중 감염경로가 파악되지 않은 사람이 31명이나 되는 등 어떻게 감염됐는지 모르는 사례가 많은 것도 우려를 낳고 있다.

이런 상황에 대해 하마다 아쓰오(濱田篤郞) 도쿄의대 교수는 마이니치신문에 "심각한 사태"라며 "감염이 '밤거리'에 국한돼 있을 때 조속히 손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7~8월은 올가을 이후로 예상되는 제2파에 대비한 체제를 갖추거나 의료 종사자들이 쉴 수 있도록 해야 하는 시기"라며 "지금 감염이 확산하면 그것이 어렵게 된다"고 우려했다.

일본, 코로나 긴급사태 재선포 할까…일단은 '신중 모드'

◇ 정부, 긴급사태 재선포에 '신중'…"경기 악화 우려"

일본 정부가 지난 4월 7일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긴급사태를 선포한 것은 사흘 전(4월 4일)의 하루 확진자 수가 도쿄에서 처음으로 100명을 넘은 것이 계기가 됐다.

그러나 긴급사태가 모두 해제된 후로 이달 2일과 3일 도쿄에서 약 2개월 만에 연거푸 100명이 넘는 신규 확진자가 쏟아졌지만, 정부와 도쿄도는 긴급사태 재선포에 소극적인 자세를 견지하고 있다.

아베 총리는 2일 오후 담당 각료들과 최근의 코로나19 상황과 관련해 연 회의를 20분 만에 마쳤다.

아베 총리는 회의 후에 "높은 긴장감을 갖고 도쿄도나 감염자가 많이 나오는 지자체와 긴밀히 협력하면서 대응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원론적인 수준의 얘기만 하고 긴급사태 발령 여부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 마이니치신문은 "총리 관저 내에는 긴장감이 퍼져 있지 않다"고 현재의 분위기를 표현했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도 3일 기자회견에서 "긴급사태를 선언할 상황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스가 장관은 그 이유로 젊은 확진자가 70%가량을 차지하는 가운데 입원 환자가 증가하는 추세이지만, 중증환자가 감소하고 있다는 점을 거론했다.

1차 확산 사태를 겪으면서 의료체계를 정비해 코로나19 대응 능력을 키워 놓은 만큼 당장 긴급사태 선포에 이를 정도는 아니라는 것이다.

스가 장관은 "감염 위험을 컨트롤하면서 단계적으로 사회, 경제적 활동 수준을 끌어올려 나간다는 것이 정부의 기본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중앙정부의 이런 입장에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 도쿄도 지사도 보조를 맞추고 있다.

고이케 지사는 이날 124명의 신규 확진자가 나왔다고 발표한 뒤 "일상생활을 하면서 감염 확산을 막아 나가겠다"면서 경제활동과 감염확산 방지책이 양립하는 정책을 펴겠다고 밝혔다.

일본, 코로나 긴급사태 재선포 할까…일단은 '신중 모드'

일본 언론 보도에 따르면 긴급사태가 처음 선포됐던 4월 7일 전후와 지금의 상황이 달라진 것은 사실이다.

우선 중증화로 발전하지 않는 젊은 감염자가 상대적으로 많은 점이 우려를 더는 요인으로 거론된다.

일본 전국의 중증자 수는 지난달 30일 현재 40명으로 가장 많았던 시기와 비교해 10% 수준에 머물고 있다.

도쿄 지역의 입원환자 수도 7월 2일 현재 296명으로, 긴급사태 발령 기간인 5월 중순의 20%에 그치고 있다.

또 코로나19 환자가 이용할 수 있는 도쿄도의 병상 수가 현재 1천개인데, 본격적인 재확산에 대비해 이를 3천개 수준으로 늘리는 계획이 추진되고 있다.

그러나 마쓰모토 데쓰야(松本哲哉) 국제의료복지대 교수(감염증학)는 일본 언론 인터뷰에서 "100명대의 감염자가 매일 나올 경우 감염 경로 추적이나 환자 수용 태세에 부담이 커지는 만큼 향후 감염 상황을 주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의 감염자 수 급증 속에서 일본 정부가 긴급사태 선포 가능성에 신중한 자세를 보이는 것은 감염 확산보다는 경기 악화에 대한 우려를 더 하기 때문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마이니치신문은 긴급사태를 다시 선포하면 악화한 경기가 더 나빠지는 것을 피할 수 없어 여당 내에서도 다시 발령하는 것은 무리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연합뉴스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