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obal CEO

두 달 동안 18조원 투자 유치
이젠 글로벌 '디지털 거인' 노린다

마윈 알리바바 창업자보다 부자
혁신 이끄는 2세 경영자

자녀 결혼식이 '다보스 포럼'?
힐러리 클린턴·토니 블레어 등 참석
일러스트=전희성 기자 lenny80@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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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PIF),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 실버레이크 파트너스….’

이들의 올 상반기 행보에는 공통점이 있다. 인도의 릴라이언스 인더스트리를 이끄는 무케시 암바니 회장에게 ‘베팅’한 투자자라는 점이다. 세계 자본시장을 움직이는 ‘큰손’들이 152억달러(약 18조원)를 투자했다는 소식에 암바니 회장의 자산 가치도 급증했다. 그 결과 암바니 회장은 최근 아시아인으로는 유일하게 블룸버그 억만장자지수 기준으로 세계 10대 부자 반열에 올랐다.
두 달간 18조원 끌어들인 인도 부자
암바니 회장은 최근 1주일에 몇 조원씩 투자를 끌어오는 기록을 세웠다. 지난 4월 미국 소셜미디어 기업 페이스북이 시작이었다. 페이스북은 릴라이언스 인더스트리의 디지털사업 자회사인 지오 플랫폼 지분 9.9%를 확보하기 위해 57억달러(약 6조9000억원)를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페이스북은 2014년 모바일 메신저 와츠앱 인수에 190억달러를 투입한 이후 두 번째로 큰 투자를 단행했다.

페이스북의 뒤를 이어 지오 플랫폼에 투자하겠다는 큰손들이 줄을 섰다. 지난 5월에는 미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실버레이크 파트너스, 비스타 에쿼티, 제너럴 애틀랜틱, KKR 등이 투자자로 등장했다. 지난달에는 미 PEF 운용사인 텍사스퍼시픽그룹(TPG)과 명품기업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 계열 투자사인 L커터튼 등이 지오 플랫폼 투자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또 PIF와 아부다비투자청, 아랍에미리트(UAE) 국부펀드인 무바달라 등 ‘오일머니’까지 가세했다. 페이스북의 첫 투자 발표부터 오일머니의 막판 가세까지 채 두 달도 걸리지 않았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이 기간 지오 플랫폼에 몰린 152억달러는 올 상반기(지난달 18일까지 기준) 세계 통신업계가 유치한 투자금(약 300억달러)의 절반이 넘는다.

인도 증시에 상장한 릴라이언스 인더스트리 주가는 지난 4월부터 6월 말까지 54.8% 뛰었다. 암바니 회장의 자산도 크게 불어났다. 지난달 말 기준 블룸버그 억만장자지수에 따르면 암바니 회장이 보유한 자산 가치는 639억달러(약 77조원)로 전체 부자 순위 9위에 올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전만 해도 암바니 회장은 중국 알리바바그룹 창업자인 마윈, 텐센트 최고경영자(CEO)인 마화텅 등과 아시아 최고 부자 자리를 놓고 경쟁했다. 하지만 지금은 이들을 크게 따돌리고 있다.
‘디지털 거인’ 노리는 2세 경영자
지오 플랫폼은 암바니 회장의 미래 계획이 뚜렷하게 반영된 회사다. 자수성가한 부친인 디루바이 암바니 창업주로부터 암바니 회장이 물려받은 사업에서 주력은 정유, 석유화학 등 에너지 부문이었다. 지오 플랫폼에 PIF 등 중동계 자금이 들어온 인연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런데 암바니 회장은 디지털 서비스 기업으로 변신을 추구했다. 코로나19로 정유 및 석유화학 부문에 타격이 있었지만 디지털 서비스 시장은 빠르게 커지면서 그의 경영 판단이 옳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그의 야망은 인도 통신업계에서의 공격적인 행보로 고스란히 드러났다. 지오 인더스트리는 저렴한 가격을 앞세워 지난해 기준 4억 명의 가입자를 확보하며 인도 최대 통신기업이 됐다. 암바니 회장이 촉발한 통신업계 초저가 경쟁은 인도 보다폰과 바르티 에어텔 등 경쟁사들을 ‘녹다운’시켰다. 그럼에도 암바니 회장은 인도 통신시장의 절반을 점유하기 위해 가입자 5억 명 확보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인도 최대 가입자 수를 기반으로 암바니 회장은 전자상거래 등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최근에는 식료품 온라인 판매 플랫폼인 지오마트를 내놓았다. 암바니 회장의 사업 파트너가 된 페이스북은 와츠앱을 접목해 새로운 사업 기회를 노리고 있다.

앞으로 암바니 회장은 세계적인 기업들과 치열한 대결구도를 형성하게 될 전망이다. 미 전자상거래 기업 아마존, 월마트의 자회사 플립카트는 이미 인도 전자상거래 시장에서 불꽃 튀는 경쟁을 벌이고 있다.
화려한 인맥…미·중 갈등의 수혜자
암바니 회장의 정치적 영향력도 주목받고 있다. 지난 2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인도를 방문했을 때 암바니 회장은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당시 암바니 회장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세계에서 유일하게 중국산 부품을 쓰지 않는 기업”이라고 소개했다. 그러자 트럼프 대통령은 호의적으로 반응했다. 이후 미·중 갈등이 격화됐다. 지오 플랫폼이 지난 4월부터 미 자본들을 줄줄이 주주로 유치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로 지목된다.

지오 플랫폼에 투자한 열 곳 중 PIF 등 중동계 자금을 제외한 나머지 일곱 곳은 모두 미국 기업이거나 투자사다. 미·중 갈등으로 미국 자본이 중국에 투자하기는 당분간 여의치 않아졌지만, 중국 다음으로 거대한 인도 시장에서 이익을 얻기 위해 암바니 회장을 낙점했다는 추측이 나온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지난달 25일 화웨이와 거래 관계가 없다는 이유로 릴라이언스 지오를 ‘청정한 통신사’(clean Telco)라고 트윗하기도 했다. 미·중 갈등이 앞으로도 암바니 회장에게 호재로 작용할지 주목된다.

암바니 회장은 과거 자녀들의 호화 결혼식으로 주목받기도 했다. 결혼식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순다르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자(CEO), 힐러리 클린턴 전 미 국무장관,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 등 글로벌 정·재계 인사가 여럿 참석해 큰 주목을 받았다. 암바니 회장은 딸과 아들의 결혼식에 각각 1000억원 이상을 쓴 것으로 알려졌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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