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컬러스 에버스타트 미국기업연구소 선임연구원

코로나로 美주도 세계질서 위기
인도·태평양 지역이 중심지 부상

세계화 시대 유지되더라도
자국 우선주의·보호무역 세질 것
  일러스트=추덕영 기자 choo@hankyung.com

일러스트=추덕영 기자 choo@hankyung.com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팍스 아메리카나(미국 주도 아래 세계 질서가 유지되는 상태)’의 근본적 위기를 불러왔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사망자가 크게 증가하자 각국 지도자들은 긴장하고 있다. 글로벌 경제가 코로나19 탓에 이처럼 토대까지 흔들릴 것이라고 예상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코로나19 이후의 ‘뉴 노멀(새로운 일상이나 표준)’ 역시 전망하는 게 쉽지 않다. 그러나 앞으로 다가올 세계의 모습에 대해 몇 가지 궁금증을 풀어봐도 좋을 것이다.

실현 가능성이 높은 예측 가운데 하나는 인도·태평양 지역이 세계 경제·정치·군사력의 중심지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현재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21개국은 세계 경제 생산의 60%, 세계 무역의 50% 가까이를 차지하고 있다. APEC 회원국이 아닌 인도를 추가하면 이 지역의 경제적 중요성은 더 커진다.

막강한 군사력을 갖춘 미국, 중국, 러시아도 APEC에 참여하고 있다. APEC 회원국은 아니지만 인도, 파키스탄, 북한 등은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 아마도 가까운 시일 안에 세계 권력의 중심지로서 인도·태평양을 대체할 지역이나 국가를 떠올리는 것은 불가능해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가장 큰 궁금증은 그동안 ‘세계화’라고 불리던 것의 범위와 성격이다. 1914년 발발한 제1차 세계대전은 첫 번째 세계화 시대(1870~1914년)의 종말을 의미했다. 지금의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은 두 번째 세계화 시대(1945~2019년)의 잔인한 종말을 가져올 것인가.

적어도 지금은 그동안 잘못되지 않았던 많은 것들이 잘못돼 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동시에 무역, 금융, 통신, 기술, 문화 등의 기초가 무너지는 것 같다.

코로나19 이후의 세계가 2020년에 별다른 일이 없었던 것처럼 스스로 회복하고 상업, 금융, 국제사회 활동을 지속할 수 있을까. 세계화 시대가 이어진다고 가정하더라도 아마 많은 것이 변할 것이다. 먼저 자국 우선주의와 보호무역주의가 다시 힘을 얻을 것이다. 동시에 지금의 코로나19 사태는 비효율적인 비즈니스 모델의 종식을 가속화할 수도 있다. 예컨대 박스 포장만 큰 상품을 파는 가게, 비생산적인 사무실, 성과에 비해 돈만 많이 청구하는 로펌, 고등교육 카르텔 등이 무너질 수 있다.

코로나19 위기는 역으로 혁신과 생산성에 큰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재택근무 등의 영향으로 원격 통신도 부상할 것이다. 인구통계적 추세와 해외 이민이 크게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을 고려할 때 노동력 감소와 인구 고령화도 가속화할 수 있다. 일본이 과거 겪었던 과정이다. 세계화가 멈춘 시대엔 ‘일본화를 피하는 것’이 중요한 이슈가 될 것이다.

두 번째 궁금증은 중국에 관한 것이다. 국제사회는 점점 강력해지는 이 국가를 어떻게 대할 것인가. 세계는 코로나19가 어떻게 시작됐는지 권위 있는 과학적 조사를 아직 진행하지 않고 있다. 그것은 분명히 빨리 이뤄져야 하는 문제다. 코로나19 사태에 대한 책임이 중국 공산당과 세계보건기구(WHO) 협력자들에게 있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거의 없다. 만약 공산당이 국민 건강을 우선시했고, 투명한 정보 공개를 했더라면 코로나19에 따른 사망자 수는 지금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적을 것이다.

중국 경제는 APEC, 인도와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또 중국은 국제기관들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제사회의 나머지 국가들은 어떻게 자신의 이익을 보호할 수 있을까. 중국과 함께 서로의 이익을 추구하는 것은 가능할까. 중국 공산당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자유로운 국제 협력과 발전을 막을 것인가.

정말 중요한 마지막 궁금증은 코로나19 이후 미국의 입장 변화다. 이전에도 상당수 미국 유권자는 세계 질서의 책임을 미국이 떠맡는 것을 꺼렸다. 그런 불만은 소득 하위 계층일수록 더 컸다. 그동안 미국의 ‘경제 사다리’는 많이 고장 났다.

더욱 실망스러운 것은 소득 하위 계층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코로나19가 확산한 이후 이들의 부채가 증가했고 주택 등 자산 가치도 크게 떨어졌다. 미국은 코로나19가 끝난 뒤 세계화가 미국 노동자에게 유리하다고 설득하는 게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

미국 지도자들이 팍스 아메리카나에 대한 광범위한 국내 지지를 원한다면 ‘모두를 위한 번영’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이런 신뢰가 없다면 미국 지도자에 대한 대중의 지지는 약해질 것이다. 만약 팍스 아메리카나가 파괴된다면, 그것은 외부로부터의 위협이 아니라 미국 내부의 압력 때문일 것이다.

원제=Can Pax Americana Survive the Coronavirus?
정리=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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