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위스콘신대학 졸업생이 본관 앞 링컨 동상에 앉아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위스콘신대학 매거진

미국 위스콘신대학 졸업생이 본관 앞 링컨 동상에 앉아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위스콘신대학 매거진

미국의 인종차별 논란이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 동상에 대한 철거 요구 목소리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1일(현지시간) 시카고 트리뷴 등에 따르면 위스콘신대(매디슨) 흑인 학생단체 '블랙 스튜던트 유니언'과 '스튜던트 인클루전 커미티'는 캠퍼스 본관 앞에 114년째 자리를 지키고 있는 링컨 동상을 철거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블랙유니언은 링컨 동상이 캠퍼스 본관 앞에 세워진 것 자체가 백인 우월주의라는 입장이다. 날라 맥워터 블랙유니언 회장은 "링컨을 노예해방으로만 기억한다면 그에 대해 일부만 아는 것이다. 그는 나쁜 일을 더 많이 했다"며 동상 철거를 위한 청원 서명을 모으고 있다고 밝혔다.

철거 지지자들은 링컨이 노예해방 선언문에 서명한 1862년, 미네소타 원주민 38명을 집단 사형에 처한 군사명령에 서명했다는 사실을 지적했다. 이들은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원주민 처형이었다"면서 "링컨이 노예제에는 반대했으나, 인종주의자였다"고 강조했다.

링컨은 미국 서부 미개발 토지를 해방된 노예를 포함한 정착민들에게 160에이커(약 20만평)씩 무상 증여하는 자영농지법에 서명했는데, 이로 인해 원주민들은 삶의 터전을 잃고 결국 보호지역으로 강제 이송됐다.

링컨은 1854년 일리노이주 피오리아 연설에서 "모든 인간은 평등하게 창조됐다. 누구도 다른 사람을 노예로 만들 권리는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카고 트리뷴의 1858년 9월 21일자 보도에 따르면 링컨은 4년 후 상원의원 선거 토론에서 "백인과 흑인 간에는 신체적 차이가 존재하기 때문에 사회적·정치적 평등을 유지하면서 함께 사는 것은 영원히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어울려 살게 되면 지위 구별이 있어야 하고, 나도 백인에게 우위가 주어져야 한다는 견해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위스콘신대학 측은 동상 철거에 반대하고 있다. 레베카 블랭크 총장은 "링컨은 전반적 업적으로 볼 때 미국의 가장 위대한 대통령 중 한 명으로 평가받는다"며 "링컨의 유산을 무조건 지우는 것이 아니라 검증 후 기념하거나 비판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링컨 동상은 캠퍼스의 상징 중 하나로, 신입생들은 링컨의 왼쪽 신발을 손으로 문지르며 행운을 기원한다. 졸업생들은 링컨의 무릎에 올라앉아 기념사진을 찍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이미경 한경닷컴 기자 capita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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