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리 람 "홍콩보안법 환영…주권반환 기념식서 中 오성홍기 게양
민주단체 7곳 한꺼번에 '해산' 선언한 민주파는 망연자실 분위기
홍콩보안법 본격시행 첫날, 친중파 '자축'…민주파는 '초상집'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이 본격 시행되는 첫날인 1일 홍콩 정부와 친중파 진영은 홍콩 주권반환 23주년 기념식을 거행하며 홍콩보안법 시행을 자축했다.

하지만 전날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의 홍콩보안법 통과 직후 민주화 단체가 7개나 한꺼번에 해산 선언을 하는 등 홍콩보안법 시행의 직격탄을 맞은 민주파 진영은 망연자실한 분위기 속에서 향후 진로를 고민하는 모습이다.

홍콩보안법 본격시행 첫날, 친중파 '자축'…민주파는 '초상집'
◇ 홍콩 정부, 주권반환식 거행하며 홍콩보안법 '환영'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명보 등에 따르면 캐리 람(林鄭月娥) 홍콩 행정장관은 이날 오전 완차이 컨벤션센터 앞 골든 보히니아 광장에서 열린 홍콩 주권반환 기념식에 참석했다.

이날 기념식에서는 람 장관과 고위 관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중국 국가인 '의용군행진곡'을 연주하면서 중국 국기인 오성홍기를 게양하는 행사를 했다.

이날 주권반환 기념식에 참석한 친중파 중심으로 이뤄진 수백 명의 각계 대표들도 컨벤션센터 안에서 생중계로 국기 게양식을 지켜봤다.

홍콩보안법 시행 후 홍콩 정부의 공식 행사에서 의용군행진곡이 연주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람 장관은 국기 게양식을 마친 뒤 테레사 청 법무부 장관 등 참석자들과 함께 건배하며 홍콩보안법 시행을 축하했다.

람 장관은 "홍콩 정부는 전인대의 홍콩보안법 통과를 환영한다"며 "홍콩보안법은 홍콩 각계각층의 의견을 수렴해 제정됐으며, 홍콩인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전날 전인대 상무위원회에서 가결된 직후 홍콩보안법은 전인대 홍콩기본법위원회와 홍콩 정부의 검토를 거쳤다.

이후 홍콩의 실질적인 헌법인 기본법 부칙 3조에 삽입돼 전날 밤부터 즉각 발효됐다.

홍콩 정부가 이처럼 홍콩보안법 발효를 서두른 것은 '7월 1일'부터 본격적으로 시행한다는 상징적 의미를 살리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7월 1일은 1997년 홍콩 주권반환이 이뤄진 지 23주년이 되는 날이자 중국 공산당 창립 99주년 기념일이기도 하다.

한 소식통은 "홍콩 주권반환 23주년에 홍콩보안법이 시행되는 것은 홍콩 주권의 '2차 반환' 의미가 있다"고 해석했다.

이날 주권반환 기념식은 지난해 7월 1일 혼란스러웠던 기념식 행사와 대조되는 모습을 보였다.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 반대 시위가 한창이던 지난해 7월 1일에는 주권반환식이 거행되는 컨벤션센터 인근에서 시위대가 도로를 점거하고 경찰과 충돌하며 격렬한 시위를 벌였다.

이에 지난해 행사는 야외 대신 실내에서 치러졌고, 람 장관은 시위대의 도로 점거로 인해 보트를 타고 관저에서 행사장으로 오는 진풍경을 연출했다.

하지만 이날 행사는 경찰의 삼엄한 경비 속에 치러지기는 했지만, 야외에서 치르는 전통을 되살릴 수 있었다.

이는 홍콩 시위가 동력을 잃어가는 홍콩의 현실을 짐작할 수 있게 하는 모습이었다.

홍콩보안법 본격시행 첫날, 친중파 '자축'…민주파는 '초상집'
◇ 홍콩 민주파는 '초상집' 분위기…민주단체 7곳 동시 해산

홍콩 정부의 '자축' 분위기에 반해 홍콩 민주파는 '초상집'과 같은 분위기에 빠졌다고 할 수 있다.

전날 홍콩보안법 시행 후 무려 7곳에 달하는 민주화 단체가 동시에 해산 선언을 했기 때문이다.

홍콩 민주화 운동의 주역 중 한 명인 조슈아 웡(黃之鋒)이 속한 데모시스토당(香港衆志)은 전날 오후 전격적인 해체 선언을 했다.

데모시스토당은 성명을 통해 "더는 당을 운영하기 힘들어 당을 해체하기로 하고 이를 당원들에게 통보했다"며 "당원들은 더 유연한 방식으로 각자 저항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홍콩 독립을 주장해 온 단체인 '홍콩민족전선'도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홍콩 본부를 해체하고 모든 조직원이 해산한다고 발표했다.

다만 대만 타이베이 지부와 영국 지부는 활동을 이어갈 방침이다.

지난해 송환법 반대 시위 때 학생들의 시위를 이끈 '학생동원'(學生動源·Studentlocalism)도 이날 홍콩 본부를 해체하고 해외에서 활동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국제사회에 홍콩 인권 탄압의 책임자를 처벌할 것을 주장해 온 '국제사무대표단'도 해산을 선언했으며, 홍콩 독립을 지향하는 '홍콩독립연맹'. '빅토리아사회협회' 등도 해산을 발표했다.

홍콩의 대규모 시위를 주도해 온 민간인권전선의 지미 샴 대표는 "오늘이 지난 후 민간인권전선이 계속 존재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해 홍콩 민주파 진영이 처한 암울한 현실을 대변했다.

민간인권전선이 매년 7월 1일 개최해 온 주권반환 기념 집회도 올해는 지난 1997년 주권반환 후 23년 만에 처음으로 경찰에 의해 금지당했다.

피고 찬 민간인권전선 부대표와 우치와이(胡志偉) 민주당 주석, 민주파 에디 추 의원 등은 시민들에게 이날 오후 거리로 나올 것을 호소했지만, 홍콩보안법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질지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