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절반 넘은 수도권, ‘한국 골목대장’ 에 머물 것인가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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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에 대한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학문이 인구학(demography)이다. 인구의 규모와 구성·구조, 변화와 발전을 과학적 방법론으로 연구하는 학문이다. 인구학이라는 말이 처음 사용된 게 1855년 프랑스였다. 다른 많은 근대 학문처럼 인구학도 서구에서 개척되고 발전해온 것이다. 1855년 이 땅에서는 ‘강화도령’이라는 어린 철종 시절로 피폐한 전근대 왕조는 차마 나라라고 말도 못할 지경이 되면서 망해가던 시기였다.

인구문제와 인구학은 오늘날 정치와 사회, 경제와 산업·금융, 문화와 예술 등 인간사 거의 모든 영역에서 기본 중의 기본이 됐다. 선거제도와 정치권력 이동, 특정 국가나 지역의 경제적 부침, 신기술의 대두부터 일상생활의 변화까지 모든 문제가 인구와 직간접으로 닿아 있다.
◆사상 처음으로 인구 절반이 수도권에…‘우물안 개구리' 벗어날 때
엊그제 통계청이 발표한 ‘최근 20년간 수도권 인구이동 및 인구전망’이라는 자료에 거듭 관심이 쏠리는 것도 그러한 이유에서다. 이 통계자료의 핵심은 서울과 경기도, 인천 등 수도권의 인구가 올해 사상 처음으로 대한민국 인구의 절반을 넘어섰다는 것이었다. 수도권 2596만명 vs 비(非)수도권 2582만명. 국토의 11.8%에 그치는 수도권에 한국 인구의 절반 이상이 몰려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런 인구구조가 최소한 2117년까지, 그러니까 앞으로도 100년은 지속된다는 전망이었다. 100년 뒤를 누가 정확히 예측할 수 있을까만, 인구학적 분석으로는 그렇다는 것이다.

수도권의 인구집중에 대한 인구학자들의 체계적 연구가 이제부터 나올 것이다. 물론 제대로 된 연구여야 한다. 특히 발전론에 입각한 경제학자들의 생산적인 연구와 대안제시가 많아진다면 도움이 될 수 있다.

인구 100만명이 넘어서면 흔히 대도시로 불린다. 서울 같은 1000만명급 대도시는 메트로폴리스라고 한다. 단순히 인구만 많은 게 아니라, 경제력, 정치와 문화의 중심이 포함된 개념이다. ‘메트로폴리스 서울’이 또 다른 대도시 인천과 수원, 고양시 등으로까지 하나의 거대한 벨트로 연결되면서 단일 권역이 되면 ‘메갈로폴리스’다.
◆국제적인 ‘지역경쟁 시대’ 한국 수도권이 살아남을까
‘메갈로폴리스 서울’과 비교할 만한 곳들이 우리 바로 인근에도 있다. 인구 3000만명이 몰려 있는 거대한 경제권인 ‘광역 도쿄’가 그렇고, 오사카를 중심으로 한 간사이 권역이 그렇다. 오사카와 인근 고베를 잇는 한신지역만 해도 고도(古都)교토까지 연결되는, 일본 산업의 핵심 지역이다. 중국에서는 수도 베이징권역을 비롯해 경제중심지 상해 일대, 인구 최대도시 충칭이나 홍콩과 인접한 선전 같은 곳도 있다. 당연히 한국의 서울 수도권과 치열한 경쟁을 벌어지고 있는 곳이다.

투자유치전, 관광과 문화 경쟁, 이런 ‘경제 전쟁’은 지금 이 순간에도 치열하게 벌어진다. 큰 틀에서도 그렇지만, 인천공항이 베이징 서두우, 상하이 푸동, 도쿄 인근 나리타, 오사카 간사이 공항과 물류와 노선 경쟁을 벌이는 내막을 보면 정말로 치열하다. 그래서 국가차원에서 바다를 메꾸고 육지와 연결도로를 만드는 수십 조 원의 대역사를 추진해온 것이다. 이런 인천공항에서 벌어지는 이상한 ‘정규직화’를 보노라면 황당하기 짝이 없기도 하지만…. 어떻든 지역 경쟁으로 보면 그렇다는 얘기다.
◆서울, 타이뻬이 호치민 도전은 이겨낼까
한국 인구의 절반이 넘어선 ‘메갈로폴리스 서울’은 지금 부지불식간에 일본·중국의 유사 체급 메갈로폴리스와의 지역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 무한경쟁에서 이겨낼 수 있을까. 아니 살아남을 수는 있을까. 서울과 한국의 수도권은 한 체급 아래 도시라고 여길지 모르지만, 타이뻬이 호치민 방콕 자카르타 같은 곳보다도 확실한 우위를 유지할 수 있을까. 최근 ‘홍콩 사태’로 많은 국제 금융회사들이 홍콩 이탈 계획을 세웠거나 수립하려고 하지만 서울로 이전은 관심권 밖이라는 소식 등을 보면, 덩치만 커진 채 한국 내 골목대장으로 답보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걱정이 생긴다. 가령 국제금융센터지수(GFCI)라는 국제조사를 보면 서울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30위 밖에 있다.
◆가속되는 수도권 비대화…인식 전환 필요
수도권과 비수도권 지역과 균형 발전도 중요하다. 일부 군(郡)지역으로 가면 극단적인 ‘지방소멸론’까지 나오는 판이니, 자력으로든 중앙정부의 조력으로든 지역 또는 지방도 자립하게 해야 한다. 문제는 낡은 불균형 분석이나 인위적이고 시혜적인 억지 균형론으로는 쉽게 풀리기 어렵다는 사실이다. 무책임한 선동이나 정치적 구호만 넘쳐나면 상황이 더 어렵게 될 뿐이다.

상장 기업의 70%가량, 전국 대학의 3분의1 이상, 대형 병원 등이 몰린 서울 수도권을 ‘국내 1등’으로만 봐서는 해법 찾기가 어려울 것이다. 수도권으로서는 인구의 유입, 지역에서 보면 인구의 유출 요인은 단순하면서도 실은 복합적이다. 젊은 인구의 이동은 공부(학교)와 일자리 기회가 가장 큰 요인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수도권은 수권대로 ‘국제 지역’으로 더 성장하고 지방은 지방대로 홀로서는 ‘특화 자립 지역’으로 서로 보완하며 성장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한편으로는 서울은 서울대로 부족한 주택 등 주거환경, 혼잡한 교통 문제, 환경과 위생 등 생활여건 같은 온갖 도시문제를 안게 되지만, 이 문제는 제대로 이슈화되지도 못한다. 그러면서 국제경쟁력을 보면 아직 갈 길은 멀기만 하다. 국내 정치에 온통 관심이 쏠린 듯한 서울시장과 경기도지사는 ‘메갈로폴리스 서울’의 지역 경쟁이 무엇을 의미하는 지 알고나 있을까. 4차 산업혁명이 벌어지는 와중에 벌어지는 건곤일척의 한판 싸움에서 이겨야겠다는 의지는 있을까.

허원순 논설위원 huhw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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