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후 배째' 금지…日 양육비 지급 의무화 [정영효의 인사이드 재팬]

일본 정부가 이혼 후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는 부모가 80%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나자 양육비를 강제징수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30일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주관하는 '모든 여성이 빛나는 사회만들기 본부'는 오는 7월1일 발표하는 '여성의 활약 가속을 위한 중점방침 2020'에 양육비제도 개선을 위한 법개정 방안을 포함시키기로 했다.

민법과 민사집행법을 고쳐 이혼 전에 양육비 금액을 의무적으로 결정하고, 확정한 양육비를 미리 지급하는 제도를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지방자치단체와 연계해 양육비를 강제징수하는 방안도 검토된다.

일본 후생노동성에 따르면 전 남편이 전처와 자식에게 양육비를 지급하는 비율은 24%에 불과하다. 양육비를 받지 못하는 모자 한부모 가정의 경제적 빈곤함은 일본에서도 사회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2018년 조사에서 모자 한부모 세대의 빈곤율은 51.4%에 이른다.

모리 마사코 일본 법무상도 29일 법무성이 처음 개최한 '양육비 미지급 해결을 위한 검토회의'에서 "자녀들의 미래를 결정하는 양육문제를 해결하는데 힘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남성의 육아휴직을 장려하기 위해 기업에 새로운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도 검토할 계획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가사와 육아가 여성에게 집중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여성의 사회진출을 장려해 국가경쟁력을 강화하자는 위미노믹스(Womenomics)는 아베노믹스(아베 정권의 대규모 경기부양 정책)와 함께 2012년말 출범한 아베 내각의 주요 정책이었다. 2014년 모든 여성이 빛나는 사회만들기 본부를 발족시키고 아베 총리가 직접 현안을 챙기고 있지만 일본의 성평등 지수는 갈수록 뒷걸음질치고 있다. 세계경제포럼(WEF)이 지난해 12월16일 발표한 전세계 남녀평등순위에서 일본은 153개국 가운데 121위였다. 중국(106위)과 한국(108위)보다 쳐진다.

양육비 미지급은 우리나라에서도 사회문제화하고 있다.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2018년 한부모가족실태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도 이혼 후 양육비를 한차례도 받지 못한 한부모 가정의 비율이 73.1%에 달한다. 지난달 20일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는 부모의 운전면허를 정지하는 법안이 국회를 통과했지만 경제적인 지원을 강제하는 수단은 없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도 일본과 마찬가지로 양육비 지급을 의무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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