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 전문가 쑤치 조언…중국의 '기정사실화 전략' 경계해야

대만이 중국의 공격을 받게 되면 미국이 대만을 구해 줄 것이라는 '희망적 사고'를 버려야 한다고 대만의 안보 전문가가 경고했다.

30일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대만 싱크탱크인 타이베이포럼의 쑤치(蘇起) 이사장은 중국이 대만에 대해 군사적 압박을 강화하는 상황을 지적하면서 대만 정부에 대해 이같이 조언했다.

쑤 이사장은 국민당 마잉주(馬英九) 정권에서 대륙위원회 주임(장관)을 지낸 안보 전문가다.

쑤 이사장은 "중국과 대만, 즉 양안 간 군사적 불균형이 존재하고 양안간 대화와 미국과 중국 간 효과적인 소통 메커니즘이 부재한 상황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지 않을까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대만, 中 공격받으면 美가 구해줄 거란 희망적 사고 버려야"
그는 특히 미국 공화당의 조쉬 하울리 상원의원이 대만에 대한 미국의 안보 공약을 이행하고 중국의 '기정사실화 전략'(fait accompli)을 저지하기 위한 '대만 방위법안'(Taiwan Defense Act)을 제출한 사실을 거론한 뒤 이 법안이 오히려 대만의 당국자들에게 '중국의 대만 침공 시 미국이 자동으로 대만을 구해주러 올 것'이라는 잘못된 희망을 품게 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중국 인민해방군의 대만에 대한 기정사실화 전략이란 미군이 대만에 파견되기 전 선제공격을 통해 대만의 방어를 뚫고 목표한 이익을 취한다는 전략을 의미한다.

쑤 이사장은 대만의 당국자들에게 하울리 의원이 '대만 방위법안'에서 지적한 중국의 기정사실화 전략의 의미에 대해 숙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오늘의 상황은 민진당의 천수이볜(陳水扁) 정권과 국민당의 마잉주(馬英九) 정권 때보다 훨씬 암울하다"고 지적했다.

중국은 독립파인 민진당의 차이잉원(蔡英文) 총통이 집권한 2016년 5월 이후 대만과의 공식적인 관계를 단절하고 강력한 군사적 압박 정책을 펼치고 있다.

중국은 대만에 대해 '일국양제'(一國兩制·한 나라 두 체제) 방식을 적용해 양안 통일을 달성하려 하지만, 차이 총통은 이를 단호하게 거부하고 있다.

특히 중국은 차이 총통이 재선에 성공한 이후 대만에 대한 군사적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 22일에도 중국 인민해방군 공군의 훙(轟·H)-6 폭격기와 젠(殲·J)-10 전투기가 대만 방공식별구역(ADIZ) 서남부 공역에 진입하자 대만 전투기가 대응 출격에 나서는 등 양안 간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중국 인민해방군이 대만 방공식별구역에 진입한 것은 5월 이후 10번째, 올해 들어 16번째라고 SCMP는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