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제약사 길리어드, 치료제 가격 책정
"1인당 의료비 1만2000달러(약 1400만원) 절감 효과" 주장
미국 제약사 길리어드가 개발 중인 코로나19 치료제 렘데시비르가 담긴 주사약병.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제약사 길리어드가 개발 중인 코로나19 치료제 렘데시비르가 담긴 주사약병.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제약사 길리어드가 현재 개발 중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치료제 렘데시비르의 가격을 29일(현지시간) 공개했다. 처방 1회(5일치) 당 미국 민간 보험 가입자는 3120달러(약 375만원), 미국의 공적 의료보조 대상자와 다른 선진국에는 2340달러(280만원)를 책정했다.

렘데시비르는 사람에 대한 효능과 안전성을 테스트하는 임상시험을 2상을 마치고 현재 마지막 단계인 3상을 준비 중이다. 2상까지 실험에선 회복 기간을 단축시켜 주는 것으로 인정됐다. 현재까지 코로나19 치료제로 제시된 약품 가운데 가장 효과가 높다는 평가다. 미국 보건당국은 비상 사용을 허가했고, 일본에선 정식 사용이 승인됐다.

미국 보건부는 지난달부터 의료 현장에 비상 사용 용도로 렘데시비르를 공급하기 시작했다. 오는 9월까지 50만회 처방할 수 있는 물량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이는 길리어드가 현재 갖추고 있는 생산 역량의 대부분에 해당한다.

길리어드가 책정한 약값을 두고 논란도 벌어지고 있다. 길리어드 측은 "이 수준의 가격이면 병원에 입원하는 환자의 입원비와 치료비 등을 평균 1만2000달러씩 절약해줄 수 있기 때문에 실제 가치보다 훨씬 낮게 책정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환자 협회 등은 개발 과정에서 정부 보조가 들어갔기 때문에 약값을 더 낮춰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로이드 더깃 하원의원(민주당·텍사스주)은 "납세자 지원을 받아 개발한 약인데도 가격이 아주 터무니없다"고 강조했다.

금융회사 로열뱅크오브캐나다(RBC)는 길리어드가 렘데시비르로 약 23억달러의 매출을 더 거둘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개발 등에 들어간 비용인 10억달러를 상쇄하고 남는 규모다. 다만 다른 백신과 치료제가 개발 중이어서 길리어드가 남길 수 있는 이윤은 계속 줄어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미국은 유럽 대부분 국가나 한국 등과 달리 공적 건강보험 제도가 없다. 약값 결정은 원칙적으로 제약회사의 자유다. 민간 보험사는 약값으로 보험금을 많이 지급하더라도 보험료를 올리면 되기 때문에 약값 결정에 크게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 미국 약값이 세계에서 가장 비싼 이유다. 미국 정부는 메디케어 등 공적 의료보조를 만들고 민간 시장가격보다 약값을 할인하도록 하는 등 의료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한국 등은 전국민 건강보험을 통해 약값을 정부가 통제한다. 약값도 미국보다 저렴한 것이 보통이다. 렘데시비르 가격도 미국보다는 싸게 책정될 전망이다.

길리어드와 복제약 생산을 계약한 제약사들인 인도 시플라는 1회 처방에 66달러, 파키스탄 헤테로는 71달러로 책정했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