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폭력적 발언을 방치했다는 이유로 페이스북에 대한 광고주들 보이콧이 번지면서 스타벅스까지 페이스북 광고 중단 결정을 내렸다. 이같은 움직임에 페이스북의 시가총액은 하루 만에 67조원 이상 증발했다.

28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스타벅스는 페이스북을 포함한 소셜미디어에 광고를 중단하기로 했다.

스타벅스는 성명을 통해 "특정 집단에 대한 공개적 혐오 발언 확산을 막기 위해 광고를 중단했다"고 밝혔다. 직접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페이스북 게시물 처리와 관련한 논란 때문에 취한 조치로 풀이된다.

스타벅스까지 동참하면서 페이스북 보이콧에 나선 업체는 160곳을 넘어섰다. 의류업체 노스페이스, 일본 자동차 제조업체 혼다, 화장품 업체 유니레버, 통신회사 버라이즌 등이 보이콧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이러한 광고주들의 보이콧 운동이 실제 페이스북에 끼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유니레버 사례를 든 폭스뉴스는 유니레버의 보이콧 결정으로 중단된 광고비 집행 비율은 기존 전 세계 페이스북 광고비의 10%도 안 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페이스북 광고주 중 유니레버 같은 글로벌 업체에서 나오는 수입은 4분의 1 정도다. 나머지 대부분의 수입은 800만개에 달하는 소형 업체들이 지불하는 광고 수입으로 파악된다.

하지만 이번 이슈로 페이스북의 주가가 급락한 것은 크다. 블룸버그 통신은 페이스북 주가가 26일(현지시간) 하루 만에 지난 3개월 내 최대 낙폭인 8.3%나 떨어져 시가총액이 560억 달러(약 67조2000억원) 증발했다고 보도했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 역시 세계 갑부 순위 3위에서 4위로 내려 앉았다. 페이스북 주식을 보유한 저커버그의 재산도 이날 72억 달러(8조6000억원) 증발해 총 823억 달러(98조7000억원)로 줄었다.

이에 따라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CEO,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에 이어 세계 3위 갑부였던 저커버그는 프랑스 패션그룹 루이뷔통모에헤네시(LVMH)의 베르나르 아르노 회장에 3위 자리를 내주며 4위로 밀려났다.

'페이스북 보이콧' 사태는 지난달 말 인종차별 항의 시위 과정에서 논란을 일으킨 트럼프 대통령의 글을 삭제하지 않기로 한 페이스북의 결정을 두고 거센 비판이 쏟아진 뒤 나온 것이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약탈이 시작되면 총격이 시작된다"는 글을 올렸고, 트위터는 이에 대해 '폭력 미화'라는 이유로 곧장 차단 조치를 내렸다. 하지만 페이스북은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저커버그 CEO는 "구체적 피해를 유발하지 않는 한 최대한 많은 표현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는 게 우리 입장"이라고 밝혔다.

이미경 한경닷컴 기자 capit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