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총리 "미국 시설 공격에 엄단" 약속 뒤 작전 지시
이라크 정부 '친미적 작전'에 미-이란 충돌 또다시 고조할 수도
이라크 정부군, 친이란 핵심 민병대 급습…긴장 고조
이라크군 대테러 부대가 친이란 시아파 민병대(하시드 알사비·PMF)의 핵심 조직인 카타이브 헤즈볼라의 기지를 25일(현지시간) 밤 급습했다고 로이터통신 등 주요 외신과 현지 언론들이 26일 보도했다.

대터레 부대는 이 민병대의 고위 간부 3명을 생포했고 이 가운데 한 명은 이란 국적으로 알려졌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민병대원 20여명도 대테러 부대에 잡혔고 로켓포 발사대 10여개를 압수했다.

일부 언론은 이들이 시아파 민병대 기지로 송환됐다고 전했다.

카타이브 헤즈볼라는 이라크의 친이란 시아파 민병대 가운데 영향력이 가장 큰 조직이다.

미군은 이라크 주재 미 대사관이 있는 그린존과 미군 주둔 기지를 로켓포로 공격하는 주체가 이 조직이라고 확신한다.

지난해 12월 말 미군 주둔 기지가 로켓포 공격을 받아 미국인 통역이 숨지자 미군은 보복으로 카타이브 헤즈볼라의 기지를 폭격했다.

올해 1월3일 이란 군부 실세 가셈 솔레이마니와 함께 미군에 폭사한 아부 알무한디스 시아파 민병대 부사령관이 이 조직의 창설자다.

이라크에서 시아파 민병대는 이란의 직접 지원 속에 정규군 만큼 군사·안보적 비중을 차지할 뿐 아니라 정치권에도 영향력을 발휘한다.

그간 이라크 정부군과 시아파 민병대는 별다른 마찰 없이 국방과 치안에 대체로 협력한 터라 이번 공격은 매우 뜻밖의 '사건'이다.

알자지라 방송은 이라크 정부가 미국인과 미국 시설을 겨냥한 시아파 민병대의 로켓포 공격을 선제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이번 작전을 결심했다고 해설하면서 '가장 과감한 행동'이라고 평가했다.

이라크 정부군, 친이란 핵심 민병대 급습…긴장 고조
무스타파 알카드히미 이라크 총리는 지난달 초 취임 뒤 이라크 내 미국 관련 인명과 시설을 노린 로켓포 공격을 엄단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취임한 지 한 달여 밖에 안 된 알카드히미 총리가 이라크의 의회, 군에 포진한 친이란 세력뿐 아니라 이란과도 긴장을 빚을 수 있는 이번 '친미적' 작전을 갑작스럽게 감행한 이유에 비상한 관심이 쏠린다.

이라크는 미국과 이란이라는 외세 사이에서 실리를 추구하는 '균형 외교'를 유지하려 하기 때문이다.

시아파 민병대의 정치·군사적 영향력과 알카드히미 총리가 의회 내 친이란 정파의 지지 아래 내각을 구성한 점을 고려하면 이번 공격으로 알카드히미 내각의 존속까지 흔들릴 가능성도 있다.

당장 카타이브 헤즈볼라의 대변인은 텔레그램을 통해 알카드히미 총리를 '미국의 간첩'이라고 지목하면서 "알카드히미가 신과 우리의 손에 고통당하는 날을 고대한다"라고 경고했다.

알자지라 방송은 "대테러 부대의 급습 뒤 카티이브 헤즈볼라의 무장조직원들이 대테러 부대 소속 건물을 둘러싸고 잡아 가둔 동료의 석방을 요구했다"라고 보도하면서 미국과 이란의 충돌 가능성이 이라크에서 반년 만에 고조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지난해 12월 미군의 카타이브 헤즈볼라 기지 공습 뒤 이 조직은 이라크 주재 미 대사관을 난입했고 뒤이어 미군이 솔레이마니 사령관을 무인기로 암살했다.

이에 이란 혁명수비대가 이라크 내 미군 기지에 탄도미사일 20여발을 쏘면서 전쟁 위기가 최고조에 달했다.

이라크 총리실, 정부군, 미군은 이번 급습 작전과 관련해 아직 공식 입장을 내지 않았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