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파운드화가 신흥국 통화 수준으로 위상이 낮아졌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여파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까지 겹치면서 세계 속 영국 경제 비중이 빠르게 위축되고 있기 때문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카말 샤르마 뱅크오브아메리카 환율 담당 애널리스트가 이 같은 견해를 밝혔다고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샤르마는 영국이 2016년 브렉시트를 선언한 이후 파운드의 거래 환경과 큰 변동폭을 분석해 보면 마치 멕시코 페소와 유사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샤르마는 파운드화를 살 때와 팔 때의 환율 차이가 너무 크다고 지적했다. 다른 주요 통화의 경우 코로나19 확산과 경제적 불안정이 지속되는 가운데서도 살 때와 팔 때의 환율 차이가 크지 않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파운드화의 내재변동성이 여전히 높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했다. 내재변동성은 향후 파운드화 가격이 얼마나 움직일지에 대한 투자자들의 예상이 반영된 지표다. 샤르마는 “파운드화의 내재 변동성이 높다는 것은 그만큼 미래도 불투명하다는 얘기”라고 강조했다.

바실리오스 그키오나키스 롬바르드 오디에(스위스 은행) 외환전략 책임자는 “앞으로 6개월 이내에 영국과 EU가 브렉시트에 대한 협상을 타결하지 못하면 파운드화 가치가 떨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26일 현재 1.24달러인 파운드·달러 환율이 1.10달러 아래로 떨어질 수 있다고 했다. 파운드·달러 환율은 2016년 6월23일 1.49달러에서 지속적으로 약세가 이어지고 있다. 아울러 유로·파운드 환율은 0.9파운드에서 1.0파운드수준에 근접할 것으로 그는 관측했다 .

전통적으로 파운드화는 미 달러, 일본 엔화, 스위스 프랑, 유로 등과 함께 5대 기축통화로 꼽혔다. 하지만 브렉시트 선언 이후 파운드화의 유동성이 감소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FT는 “이번 코로나19 사태에서 파운드화보다 내재변동성이 더 커진 통화는 브라질 헤알화밖에 없다”며 “파운드는 주요 10개국(G10) 통화보다 신흥국 통화와 더 많이 닮아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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