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프랑스, 독일, 스페인, 영국산 수입품에 31억달러(약 3조7000억원) 규모의 추가 관세 부과를 추진한다. 트럼프 행정부가 전운이 고조되고 있는 유럽연합(EU)과의 무역전쟁에 활용할 강력한 ‘무기’를 장착한 것으로 블룸버그통신 등은 분석했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유럽산 올리브와 맥주, 주류, 트럭 등에 새로 관세를 부과하고, 항공기와 유제품, 의류에 부과하는 기존 관세율을 높이는 무역법 301조 행정규칙을 23일(현지시간) 입법예고했다. 한 달 뒤인 7월 26일까지 의견 청취 기간을 둔 뒤 시행할 방침이다.

USTR은 이번 관세 추가·확대 입법예고가 기존 EU의 항공기 보조금, 유럽 각국의 디지털세 등에 대응하는 조치라고 설명했다. 디지털세는 구글, 애플, 페이스북 등 온라인·모바일 플랫폼 기업이 자국 내에서 올리는 디지털 매출에 법인세와 별도로 매기는 세금이다.

블룸버그는 이번 조치가 시행되면 명품 업체인 지방시와 에르메스, 루이비통 등이 상당한 타격을 입을 것으로 분석했다. 주류업체들도 영향권에 놓일 것이란 분석이다.

이번 조치는 미국과 EU 간 15년에 걸쳐 벌어지고 있는 항공기 보조금 분쟁의 연장선이다. 미국은 프랑스·독일·영국·스페인 합작사인 에어버스가, EU는 미국의 보잉이 항공사들에 자사 항공기를 팔기 위해 불법 리베이트를 제공했다고 다투고 있다. 미국이 유럽산 제품에 75억달러 규모의 보복관세를 부과한 데 이어 EU도 미국 제품에 112억달러의 보복관세를 추진하고 있다.

여기에 프랑스를 시작으로 영국과 이탈리아, 스페인이 지난해부터 미국 기업들에 부과하기 시작한 디지털세로 인해 두 진영 간 무역갈등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미국과 유럽 대표 격인 프랑스가 올초 휴전하고 협의안을 도출하기로 합의했으나, 이달 초 미국이 일방적으로 협상 중단을 선언했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