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동운반선 선사, 확진 판정받은 전 선장과 지난 21일 전화 연락
하역작업 21∼22일 진행…선사 "연락 이후 선원들 체온 검사 지시"

부산 감천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집단으로 발생한 러시아 국적 냉동운반선의 선사가 최초 전파자로 추정되는 러시아인의 바이러스 감염 사실을 한국 방역 당국에 뒤늦게 통보한 정황이 드러났다.

선사 측이 정확하게 이야기하기를 꺼리고 있어 구체적인 내용을 파악하기는 어렵지만, 한국 당국에 알리기 전날 이미 확진 판정을 받은 러시아인과 전화상으로 연락을 주고받은 사실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러시아 선사, 확진 사실 알고도 韓방역당국에 늑장통보 정황

러시아 국적 냉동운반선 아이스 스트림호(3천401t·Ice Stream)는 지난 16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출발, 21일 오전 8시께 부산 감천항에 입항했다.

운반선의 전 선장 A(60)씨는 출항 전날인 지난 15일 고열 등 코로나19 의심 증상으로 배에서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A씨는 연해주(州)에 있는 의료기관에서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A씨와 선사인 레프트란스플로트가 코로나19 감염과 관련한 사항을 한국 측에 알린 시점이다.

아이스 스트림호는 감천항에서 지난 21일부터 22일 오전 11시까지 하역작업을 진행했다.

아이스 스트림호의 선원 21명 가운데 16명(남성 14명, 여성 2명)은 당시 코로나19에 감염된 상태였다.

이 과정에서 러시아 선원은 마스크조차 제대로 끼지 않은 채 부산항운노조원과 뒤섞여 작업했다.

하역작업 과정에서 러시아 선원들과 밀접 접촉한 한국인 근로자들을 포함해 코로나19 진단 검사를 받아야 할 인원은 24일을 기준으로 모두 124명에 이른다.

레프트란스플로트 대표는 A씨가 운반선 하역작업 기간인 지난 21일 전화로 선사 측에 연락을 해왔다고 밝혔다.

그는 당시의 전화 연락과 관련해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A씨에게 연락을 받은 이후 선사 측이 운반선 선원들에게 체온 확인을 지시했다는 점을 고려할 때 A씨가 자신의 코로나19 감염과 관련한 사실을 구두로 선사 측에 전달했을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레프트란스플로트 대표는 연합뉴스와의 전화 통화에서 "전 선장이 언제 코로나에 확진됐는지 정확하게 기억이 나지 않는다"면서도 "지난 21일 저녁에 전 선장이 우리에게 전화는 한 것 같다"고 밝혔다.

그는 "전 선장에게 연락을 받은 다음 우리가 배에 있는 선원들에게 체온을 확인하라고 지시했다"고 덧붙였다.

대표는 연해주 의료기관이 발급한 A씨의 코로나19 감염 확인서 날짜가 지난 18일이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만약 A씨가 선사 측에 자신의 코로나19 감염 사실을 전달했다면 선사 측은 A씨의 코로나19 감염 사실을 알고도 한국 측에 제때 알리지 않았다는 뜻이 된다.

선사 측은 A씨에게 전화로 연락을 받은 다음 날인 22일 오전 한국에 있는 해운대리점에 A씨의 코로나19 감염 사실을 알렸고 이를 확인한 해운대리점은 한국의 방역 당국에 신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19에 감염된 러시아 선원들과 한국 부산항운노조원들이 하역작업에서 집중적으로 접촉했다.

아울러 발열 증상으로 러시아에서 하선한 선장의 코로나19 확진 사실도 러시아 당국이 한국 당국에 통보하지 않은 것과 관련해서도 당분간 양국 간 책임 논란이 불거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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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 언론들에 따르면 아이스 스트림호에 탑승했던 선원 21명 가운데 대부분은 연해주 주민인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 주재 러시아 총영사관은 지난 2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아이스 스트림 선원 검사 경위와 관련 "선사 측의 간곡한 요청으로 22일 한국 당국이 선원들에 대해 검사를 했고 16명이 그날 저녁 늦게 양성 판정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총영사관은 양성 판정을 받은 16명의 선원은 현재 특별한 증상을 보이지 않고 건강 상태도 양호한 편이라면서 선원들은 양질의 의료지원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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