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다윈이 그런 말 안 했다" 비판·삭제 요구
日집권당, 개헌 주장하며 어설프게 진화론 인용했다 '혼쭐'
일본 집권 자민당이 진화론을 멋대로 해석하며 헌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가 전문가로부터 호된 비판을 들었다.

23일 자민당의 홍보용 트위터를 보면 '진화론'이라는 제목으로 헌법 개정의 필요성을 거론한 네 컷 만화가 올라와 있는데 여기서 다윈의 이론이라며 끌어다 쓴 내용이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을 받은 것이다.

만화에는 '모야윈'이라는 인물이 등장해 "다윈의 진화론에서는 이런 이야기가 있다"며 "가장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것이 아니고 가장 영리한 자가 장수하는 것도 아니다.

유일하게 살아남을 수 있는 것은 변화하는 자"라고 설명한다.

이어 모야윈은 "앞으로의 일본은 더욱 발전시키기 위해 지금 헌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하는 것으로 만화가 끝난다.

진화론의 권위를 빌려 일본이 헌법을 개정해야 더 발전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내용이다.

이 만화는 이달 19일 게시됐는데 이에 대해 진화론 전문가들이 정색하고 비판했다.

사쿠라 오사무(佐倉統) 도쿄대 교수(진화론·과학기술사회론)는 "유전적 변이(변화)가 진화에 중요한 것은 맞지만, 변화하는 자만 살아남는다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다윈은 그런 것을 말하지 않았다.

또 생물 진화의 이론을 헌법의 존재 방식과 연결 짓는 것은 어떤 근거도 없는 부적절한 것"이라며 만화를 삭제하라고 요구했다.

日집권당, 개헌 주장하며 어설프게 진화론 인용했다 '혼쭐'
그는 "개인적으로는 헌법에 변화가 필요하다면 정권 교체도 필요하다는 논리가 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며 연속 7년 6개월째 장기 집권 중인 아베 정권을 빗대 자민당의 빈약한 논리를 꼬집었다.

아사히는 오사무 교수가 "진화론은 우생학 등에 악용된 역사가 있으며 사회 문제를 진화로 논하는 것은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의견을 함께 밝혔다고 전했다.

진화생물학자인 미나카 노부히로(三中信宏) 도쿄농업대 객원교수는 "만화에 있는 것처럼 사물을 어떤 방향으로 의도적으로 변경하는 것은 우연한 변이에 토대를 둔 진화와 아무 관계가 없다"고 지적했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등의 연구팀 설명에 의하면 자민당이 만화에서 사용한 설명은 진화론의 오용으로 유명한 사례에 해당한다고 아사히는 설명했다.

미국 루이지애나주립대 교수가 1963년에 다윈의 저서 '종의 기원'에서 인용했다며 잘못된 해석을 논문에 쓴 것이 그 시초라는 것이다.

아베 총리는 최근 기자회견에서 내년 9월 말까지인 자민당 총재 임기 내에 개헌을 완수하고 싶다는 의지를 밝혔다.

하지만 최근 내각 지지율이 2012년 말 재집권 후 사실상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지는 등 아베 총리의 정치적 구심력이 낮아져 개헌 실현 가능성이 매우 낮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