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턴 회고록…"작년 4월 정상회담서 50억달러 거론, 기지 부지 무료임차도 문의"
6월30일 회담 때도 "북쪽 이웃으로부터 지켜주는데 대한 보상 원해"
"문 대통령, 트럼프 대통령에 '기대치 너무 높아'" 반박 정상간 기싸움
"트럼프, 볼턴에게 '한국측 협상상대 다른 사람 찾아보라' 제안"
트럼프, 한미정상회담서 방위비 압박…"평화로워지면 떠날수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4월 11일과 6월 30일 한미정상회담에서 수차례에 걸쳐 노골적인 방위비 압박을 했으며, 문재인 대통령은 이에 '기대치가 너무 높다'는 등의 논리로 반박했다고 존 볼턴 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전했다.

오는 23일(현지시간) 출간되는 볼턴 전 보좌관의 회고록 '그것이 일어난 방'에서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반도 상황 논의를 위해 문 대통령과 만난 자리에서 조차 머릿속에 방위비 문제가 얼마나 깊숙이 자리 잡고 있었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 트럼프, 4·11 백악관 회담서 50억달러 거론…'기지부지 무료임차 가능한가'
회고록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4월11일 백악관에서 진행된 한미정상회담 일정 가운데 업무 오찬에서 북한 상황 및 한미 간 무역 현안을 거론한 뒤 주한미군 기지 문제를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이 미국에 TV를 수출하는 특전을 누리는 것으로 인해 미국이 연 40억 달러를 잃고 있다면서 미국이 기지들에 연 50억 달러를 지출한다고 설명했다.

50억 달러는 방위비 협상 초기에 미국 측이 요구한 액수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른 나라들은 상당히 더 많이 지불하기를 제안했다면서 협상의 다음 단계에서 한국도 더 기꺼이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자신이 문 대통령을 보호하고 싶어하며 커다란 존경심을 갖고 있다는 점도 전했다고 회고록에 돼 있다.

이에 문 대통령은 많은 한국 기업이 미국에 투자하고 있다고 답하면서 기지 비용과 관련, 트럼프 대통령의 기대치가 너무 높다고 항변했다고 볼턴 전 보좌관이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미국이 기지 부지를 임차할 수 있는지, 또는 무료로 할 수 있는지 물어봤으나 문 대통령은 이에 대해 답하지 않았으며, 대신 한국이 국내총생산(GDP)의 2.4%를 국방 예산으로 쓰고 있다는 말로 피해갔다는 게 볼턴 전 보좌관의 주장이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독일이 방위비 지출을 제대로 하지 않는다는 비판으로 옮겨갔다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른 주제로 대화를 나누다 다시 방위비 이야기로 돌아와 '미국은 한국을 지켜주는 대가로 5조 달러를 썼다.

왜냐하면 그들은 가장 터프한 협상가들이었기 때문' 등의 얘기를 꺼낸 것으로 회고록에 돼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에 공평한 공식을 원했다고 볼턴 전 보좌관은 회고록에 썼다.

볼턴 전 보좌관은 또한 지난해 7월 방위비 협상차 한국과 일본을 방문했던 것과 관련, "얼마나 많은 액수가 자신을 만족시킬지 아는 사람은 오직 트럼프뿐이었다.

그래서 진짜 수치가 얼마나 될지 추측하려고 하는 것은 소용이 없었다"며 "트럼프 자신도 아직 몰랐다.

그러나 한·일에 그들이 진짜 문제가 있다는 점을 경고함으로써 대응 방안을 생각해볼 기회를 준 것"이라고 회고록에 썼다.

◇ 트럼프, 6·30 청와대 회담서 '평화로워지면 우리는 떠나게 될 것'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판문점 회동이 있었던 지난해 6월30일 청와대에서 열린 한미정상회담에서 판문점 회동에 대한 대화를 나누다 돌연 기지 비용 문제로 화제를 전환,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볼턴 전 보좌관이 문 대통령에게 그 이전에 이 문제를 거론했다는 이야기를 꺼냈다고 회고록에 돼 있다.

볼턴 전 보좌관은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을 사랑하지만, 미국이 매년 무역 분야에서 한국에 200억 달러씩 잃었다"며 "이 때문에 어떤 이들은 한국에 관세를 부과하라고 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문 대통령과의 관계 때문에 거부했다"고 적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1년 전에 볼턴 전 보좌관에게 기지 비용을 산출, 공평하고 공정한 분담을 위해 한국과 협력하라는 지시를 했으며, 산출된 비용은 연간 50억 달러 내지 55억 달러였다고 볼턴 전 보좌관은 회고록에 적었다.

그는 다만 수치는 왔다 갔다 한다고 부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상회담에서 사실과 다르게 다른 나라들은 기지 비용에 대해 더 내기로 합의했다고 주장하면서 2018년 말 한국은 단지 10억 달러 미만으로 내기로 합의했다고 지적했다고 회고록에 돼 있다.

볼턴 전 보좌관은 "이제 우리는 미국을 위해 보다 공평하고 공정한 무언가를 찾아내야 했다.

왜냐하면 우리는 한국을 북한으로부터 지켜주는데 연간 40억 달러를 잃었기 때문"이라며 "북한은 핵무기로 공격하고 있었고 미국이 한반도에 없다면 심각한 결과가 생길 것"이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에서 평양에 있는 한국의 바로 옆 이웃이 얼마나 적대적인지를 강조하면서 문 대통령에게 방위비 협상과 관련, 폼페이오 장관 또는 볼턴 전 보좌관과 협상할 사람을 임명할 것을 요청했다고 볼턴 전 보좌관이 회고록에서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사람들이 이 문제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으며 자신은 이 문제 덕분에 대선에 당선됐다고도 말했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4월 백악관에서 열린 한미정상회담에서 50억 달러 숫자를 제시했다는 것을 잊은 듯이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무역 흑자가 줄어들었고 한국이 미국 LNG의 최대 수입국이라며 한국의 미국 내 투자가 증가했고 양자 간 무역 균형이 미국에 더 유리하다는 등의 경제 문제를 언급했다고 볼턴 전 보좌관이 전했다.

그러면서 무기 구매뿐 아니라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10억 달러와 무상 부지, 다양한 시설 건설 등을 거론하며 협의를 해나가겠다고 언급한 것으로 돼 있다.

이때쯤 트럼프 대통령은 눈에 띄게 불만스러운 표정이었으며 문 대통령에게 속도를 내라는 제스처를 하는 한편 미국 측 참모들과 한국 측 인사들에게 화가 난 표정을 보였다고 볼턴 전 보좌관은 주장했다.

더욱더 당황스럽게도 트럼프 대통령은 더 나아가 '우리가 부지를 소유하고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미국은 한국을 지키기 위한 부지에 대한 부동산세를 부담해선 안 된다'면서 '상황이 평화롭게 되면 아마도 우리는 떠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볼턴 전 보좌관은 전했다.

그러면서 '나는 이렇게 할 의무를 갖고 있다'며 '우리는 수익을 원하는 게 아니라 그저 매우 부자 나라를 그 북쪽 이웃으로부터 지켜주는 데 대한 보상을 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상황이 평화로워지면이라는 조건을 달긴 했지만 주한미군 철수 가능성까지 내비치며 방위비 증액을 압박한 것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친 듯 어깨를 으쓱하며 한숨을 내쉬며 다른 주제로 옮겨가고 싶어했지만 문 대통령은 한국이 미국 동맹 가운데 최고 수준인 국방예산에 GDP의 2.4%를 지불한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군이 한국에 주둔한 지 70년이 지났고 이제 자신이 김정은을 만나 한국을 구해줄 수 있을 것이라는 식으로 말하자 문 대통령은 미국의 어마어마한 지원에 대해서는 인정하면서도 한국이 지원을 받기만 한 게 아니라 베트남전, 아프가니스탄 전쟁 등에 군대를 보냈다며 반박한 것으로 회고록에 돼 있다.

회고록 대로라면 정상간 팽팽한 기싸움이 오간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지 비용에 대한 논의가 매우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하면서 볼턴 전 보좌관에게 그 일을 맡길 것이라고 말했다고 그가 회고록에서 전했다.

볼턴 전 보좌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에게 그 전에 누구와 상대했냐고 물어본 뒤 누군가 다른 사람을 찾아보라고 제안했다면서 "이는 (카운터파트인) 정(의용 국가안보비서실장)을 유쾌하게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적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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