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부 은행가 바바리코, 불법 금융 활동 혐의로 전격 검거
"6기 장기집권 시도 루카셴코 현 대통령에 도전해 표적된 듯"
러시아 공룡기업 '가스프롬'도 연계돼 러-벨라루스 대결로 확산

오는 8월 대선을 앞둔 옛 소련 국가 벨라루스에서 25년 이상 장기집권을 해오고 있는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현 대통령에 도전장을 던진 유력 야권 후보가 18일(현지시간) 전격 체포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리아노보스티 통신 등에 따르면 벨라루스의 갑부 은행가로 이번 대선 도전을 선언한 빅토르 바바리코(56)가 이날 감사원 격인 국가통제위원회에 체포됐다.

26년 장기집권 벨라루스서 8월 대선 앞 유력 야권 후보 체포(종합)

바바리코는 이날 아들 에두아르트와 함께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대선 후보 등록을 위한 지지자 서명을 제출하러 나갔다가 연락이 두절됐으며, 이후 국가통제위원회는 이들에 대한 체포 사실을 확인했다.

위원회는 지난주부터 벌이고 있는 현지 대형 민간은행 '벨가스프롬방크'의 불법 활동에 대한 수사와 관련, 바바리코 부자를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러시아의 거대 국영 가스기업 '가스프롬'과 그 금융 부문 자회사 '가스프롬방크'가 49% 이상의 지분을 보유한 '벨가스프롬방크'는 돈세탁과 탈세 등의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으며 이와 관련 전·현직은행 직원 약 20명이 체포된 상태다.

지난 2000년대 중반부터 올해 5월까지 벨가스프롬방크를 경영해온 바바리코도 "은행 불법 행위에 관여하고 관련 증인들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한편 범죄 증거 은닉을 시도했다"고 위원회는 전했다.

하지만 바바리코는 은행 수사를 루카셴코 대통령에 도전장을 낸 자신에 대한 공격이자 정치적 압박 시도라고 주장했다.

바바리코는 이번 대선에 출마한 10여명 가운데 루카셴코 대통령에 대적할 만한 가장 유력한 야권 후보로 평가받고 있다.

그는 이미 후보 등록에 필요한 최소 지지자 서명 건수인 10만 건보다 훨씬 많은 42만 건 이상의 서명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바바리코의 약진에 위기를 느낀 루카셴코 대통령이 그의 후보 등록을 막기 위해 벨가스프롬방크 수사를 지시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지지자들은 바바리코 체포에 대해 '인간고리' 시위를 벌이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26년 장기집권 벨라루스서 8월 대선 앞 유력 야권 후보 체포(종합)

지난 1994년부터 26년 동안 옛 소련에서 독립한 벨라루스를 철권 통치해온 루카셴코 대통령(65)은 8월 9일 대선에서 6기 집권에 성공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지에선 루카셴코 대통령이 4반세기 만에 처음으로 선거 패배의 위기를 느끼고 바바리코 견제에 나선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러시아 대기업 가스프롬이 배후에 있는 벨가스프롬방크 수사와 바바리코 체포는 근년 들어 석유·가스 공급가 등으로 불화를 겪고 있는 러시아와 벨라루스 관계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벨라루스 당국은 러시아 가스프롬이 벨가스프롬방크의 불법 금융활동에 개입했거나 배후 조종했을 것이란 의혹을 제기한다.

심지어 은행의 이 같은 활동이 벨라루스의 대선 정국에 혼란을 조성하려는 계획과 관련돼 있다는 주장까지 펴고 있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19일 벨가스프롬방크 사건과 관련 "벨라루스 상황을 흔들려는 특정 세력의 활동이 강화됐지만, 우리가 대규모 혼란 조성 계획을 사전에 무산시키는 데 성공했다"면서 "이 세력은 나라를 마이단(정권교체 혁명)으로 몰아가려는 목표를 갖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한편 러시아 크렘린궁 대변인 드미트리 페스코프는 벨가스프롬방크의 불법 활동에 러시아 가스프롬이 개입됐을 수 있다는 벨라루스 당국의 발표에 대해 "그런 주장에는 논거가 있어야 한다"고 반박하면서 "러시아는 자국 기업, 특히 대기업들의 이익을 국가 차원에서 보호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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