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 대법원이 18일(현지시간) 불법체류 청소년 추방유예 제도(DACA·다카)에 대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폐지 움직임에 제동을 걸었다. 지난 15일 성 정체성을 이유로 고용을 차별해선 안 된다고 판결한 데 이어 또 한 번 진보적 판단을 내린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끔찍하고 정치적인 판결”이라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미 대법원은 이날 “(다카 폐지 과정에서) 대상자들에 관용을 베풀 지, 이들의 어려움에 대해 무엇을 할 지 등을 고려하지 않았다”며 트럼프 행정부의 다카 폐쇄가 ‘임의적이고 예측할 수 없는 조치였다’고 지적했다. 정책 추진 과정에서 절차상 하자가 있었기 때문에 다카를 일방적으로 폐지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다카는 불법 이주한 부모를 따라 미국으로 건너온 청소년들이 신분에 대한 불안 없이 학교와 직장에 다닐 수 있도록 추방을 유예한 제도다. 다만 2년마다 갱신해야 한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2012년 행정명령을 통해 도입했다. 다카 수혜자는 미국에서 ‘드리머’(dreamer)로 불린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7년 9월 5일 반(反)이민 정책의 하나로 다카 신규 접수 중단을 명령했다. 또 기존 수혜자 혜택까지 박탈하겠다고 밝히면서 법정 다툼으로 비화했다.

이번 대법원 판결에 따라 미국 내 약 70만명(작년 4월 기준)의 드리머들이 일단 추방을 면하게 됐다.

가장 큰 수혜 집단은 중남미 출신들이다. 멕시코 드리머가 53만여명으로 다수를 차지한다. 다음으로 엘살바도르(2만5000명) 과테말라(1만7000명) 온두라스(1만6000명) 페루(6600명) 순이다. 한국 국적의 불법체류 청소년은 6300명으로, 6위 규모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공약에 제동을 거는 판결이 또 나오자 트위터에 “새로운 대법관이 필요하다”고 썼다. 이념적으로 보수 5명, 진보 4명 구도인 대법원에서, 진보적 판결이 잇따른 데 따른 반발이다. 그는 “이번 판결은 보수주의자 면전에 가한 총격”이라며 “새 대법관 지명자 후보군을 9월 1일까지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