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EA "올해 원유수요 역대급 타격, 내년엔 사상 최대 회복 예상" [원자재포커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올해 크게 꺾인 원유 수요가 내년엔 기록적인 폭으로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올 하반기 각국이 봉쇄 조치를 완화하고, 세계 경제가 내년께 ‘코로나19 충격’에서 회복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16일(현지시간) 월간 원유시장 보고서에서 이같이 내다봤다. IEA는 내년 세계 원유 수요는 올해보다 일평균 570만배럴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 수요타격을 완전히 상쇄하기엔 부족하지만 사상 최대 증가폭이다.

IEA는 “하반기엔 더 많은 국가들이 봉쇄 조치를 완화할 것”이라며 “산유국이나 산유기업들의 감산이 지속될 경우 올 하반기엔 원유 수급이 안정을 찾고, 내년엔 사상 최대 수준으로 원유 수요가 반등할 수 있다”고 보고서를 통해 밝혔다. IEA는 “다만 항공유 수요는 내년에도 하루 100만배럴 증가하는 데에 그쳐 위기 이전 수준을 밑돌 것”이라고 내다봤다.

IEA는 이날 올해 세계 원유 수요를 일평균 9170만배럴로 예상했다. 전월 전망보다 일평균 50만배럴 늘렸다. IEA는 “올해 석유 수요는 전년(9980만 배럴)대비 일평균 810만 배럴 줄어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IEA는 전망치를 수정한 이유로 “코로나19로 인한 수요 타격이 예상보다 적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중국은 이미 봉쇄조치를 완화한 지난 4월부터 수요가 예년 수준을 거의 회복했고, 지난달엔 인도에서도 강한 수요 반등이 나타났다”고 덧붙였다.

IEA는 내년 원유 수요가 급등해도 공급량은 완만한 회복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기존에 쌓인 원유 재고가 많아서다. IEA는 “내년 원유 공급량은 하루 평균 170만배럴 가량 늘어날 것”이라며 “미국 등 주요 산유기업이 본격 증산에 나설 정도로 유가가 크게 뛰지는 않을 공산이 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IEA는 “유가가 지지부진할 경우 미국 기업 총 산유량은 올해 전년대비 일평균 90만배럴, 내년엔 일평균 30만배럴 가량 덜 생산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IEA에 따르면 지난달 미국 내 원유 생산량은 일평균 1050만배럴 가량으로 사상 최고 수준이었던 작년 11월 대비 약 240만배럴 적다.

IEA는 이달 전세계 원유 공급량은 일평균 약 1180만 배럴 감소했다고 분석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과 러시아 등 10개 산유국의 연합체인 OPEC+는 지난달부터 하루 970만배럴씩 원유를 줄여 생산하고 있다.

IEA는 “석유 시장이 여전히 취약하지만 최근 유가 회복세를 보면 올 상반기가 당초 예상보다 좀더 낙관적인 분위기로 끝나고 있음을 시사한다”며 “운동경기에 비유한다면 2020년 석유시장은 이제 ‘하프타임’ 가까이 왔다. 주요 생산국과 기업이 감산을 유지하고 수요가 회복된다면 하반기 말께엔 시장이 안정적 토대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썼다. 이어 “그러나 막대한 불확실성이 있다는 점도 과소평가해선 안된다”고 지적했다.

17일 오후 3시30분 기준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텍사스원유(WTI) 7월 인도분은 장중 배럴당 37.80달러에 거래됐다. 런던 ICE 선물거래소의 브렌트유 8월물은 40.52달러에 손바뀜되고 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