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화장품 회사인 프랑스 로레알이 코로나 시대에 ‘디지털 전환’에 성공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역에 따라 온라인 매출이 최대 400% 이상 증가하는 등 전자상거래 시장에서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증강현실(AR)과 인공지능(AI) 기술에 기반한 가상 메이크업, 헤어 컬러 체험 서비스, 화상채팅을 통한 상담 서비스 등이 소비자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다.

AR로 가상 메이크업…佛 로레알, 온라인 매출 53% 급증
16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로레알은 지난 1분기 자사 웹사이트와 아마존 같은 전자상거래 사이트에서 올린 매출이 작년 동기 대비 53% 증가했다. 그동안 온라인 판매 비중이 높지 않았던 중남미와 아프리카·중동 지역에서 성장세가 가파르다. 올 4월 중남미와 아프리카·중동에서의 온라인 판매액은 각각 전년 동기 대비 300%와 400% 증가했다.

로레알은 코로나19 봉쇄 조치로 온라인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관련 서비스를 강화했다. 2018년 인수한 캐나다 뷰티 앱 업체인 모디페이스 기술을 활용해 온라인상에서 소비자들이 스스로 피부를 진단하고, 다양한 화장품을 가상으로 체험해 볼 수 있는 서비스를 내놨다.

유통업체들과의 제휴도 확대했다. 로레알은 아마존, 부츠, AS 왓슨 등 15개 기업의 웹사이트와 앱 등을 통해 모디페이스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서비스 평균 이용 시간은 코로나19 이전 2분에서 최근 9분까지 늘었다. 이용자들은 증강현실 기술을 통해 자신의 머리색과 파운데이션 톤 등을 바꿔가며 체험해볼 수 있다.

로레알은 1분기 매출 72억유로(약 9조8600억원)를 기록했다. 이 가운데 온라인 판매가 차지하는 비중은 20%까지 치솟았다. 5년 전인 2015년에는 온라인 매출 비중이 5%에 불과했다. 루보미라 로셰 로레알 최고디지털책임자(CDO)는 “코로나19 확산 이후 화장품 분야의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하고 있다”며 “코로나19가 아니었으면 3년 걸릴 일이 8주 만에 이뤄졌다”고 말했다.

그동안 온라인 구매를 꺼려왔던 중장년층도 코로나19 사태로 인터넷을 통한 제품 구매와 문의를 많이 하고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코로나19 사태 초기 소비자들은 샴푸와 같은 생필품을 주로 비축했고, 이후 봉쇄 조치가 지속되면서 염색약, 매니큐어 등 다양한 제품의 온라인 판매가 증가했다. 로레알은 이런 소비자 행동 변화가 코로나19 사태가 가라앉은 뒤에도 지속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로레알의 디지털 전환은 식료품, 생활용품 등 다른 소비재 분야보다 더욱 성공적인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글로벌 식품·생활용품 기업 유니레버는 1분기 전체 매출에서 온라인 판매가 차지하는 비중이 8% 수준이었다. 스위스 식품업체 네슬레는 같은 기간 온라인 매출 비중이 10%였다.

로레알은 최근 온라인 광고와 마케팅도 대폭 강화하고 있다. 전체 광고·마케팅 예산의 70%를 온라인에 집중하고 있다. 코로나19 이전에는 50% 수준이었다. 로셰 CDO는 “코로나19 사태로 디지털 전환을 위한 2단계 목표를 더욱 공격적으로 잡았다”며 “앞으로 전체 매출의 절반을 온라인에서 달성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