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2위 석유업체이자 영국 최대 기업인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이 올해 2분기에 최대 175억달러(약 21조1000억원) 규모 자산을 상각 처리하기로 했다.

15일(현지시간) 미국 CNBC에 따르면 BP는 올 2분기에 130억~175억달러 규모로 자산을 상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BP가 보유 중인 원유와 가스전 장부가치의 12% 수준이다.

이는 2010년 멕시코만에서 발생한 BP의 '딥워터 호라이즌' 시추선 폭발 사고 이후 최대 규모다. 당시 BP 시추선이 폭발해 11명이 사망하고 3개월간 400만 배럴이 넘는 원유가 바다로 유출됐다. 당시 BP는 320억 달러(약 38조6000억원) 규모 자산 상각을 단행했다.

BP에 따르면 이번 자산 상각은 유가 장기 전망치를 낮추면서 이뤄졌다. BP는 2050년까지 유가 전망을 대폭 하향 조정했다. 국제 유가 벤치마크로 통하는 브렌트유 가격은 2050년까지 배럴당 평균 55달러일 것으로 전망했다. 작년말 예상보다 27% 낮췄다.

버라드 루니 BP 최고경영자(CEO)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인한 경제 충격이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늘고 있다"며 "여기에다 파리기후협약 실천이 강화되는 등 저탄소 경제 전환세가 빨라질 것 등을 고려하면 석유 수요가 둔화할 가능성이 높아 유가 전망을 조정했다"고 설명했다.

BP는 이달 초엔 전체 직원 7만100명 중 약 14%에 달하는 1만명을 감원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코로나19로 인해 원유 수요가 떨어진데다 지난 3~4월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간 벌어진 '유가 전쟁' 영향으로 유가가 폭락한 데에 따른 결정이다. CNBC에 따르면 이번 감원 대부분은 올해 안에 이뤄질 예정이다.

16일 오전 11시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WTI 7월 인도분은 36.73달러에 거래됐다. 브렌트유 8월물은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 배럴당 39.49달러에 손바뀜됐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